책벌레를 위한 도쿄 호스텔에 머물다
당신이라면 아마,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만화 가게에서 만화책을 읽다가, 아아 그냥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나도 그랬다. 단골 만화 카페가 없어진 그 날, 그냥 내가 만화 카페 차려서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얼마 전 도쿄에 독특한 컨셉의 호스텔이 문을 열었다. '북 앤 베드 도쿄'. 서점을 모티브로 한 호스텔이다. 알기 쉽게, 요즘 서점마다 생기는 북카페에서 '카페'대신에 '호스텔'을 넣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곳에 와있다. '북 앤 베드 도쿄'에. 크냐고? 작다. 편안하냐고? 불편하다. 지금까지 많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묶어봤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침대가 작은 곳이다. 그런데 의외로 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나와 함께 있다.
불편한데, 뭔가 묘하게 맘에 든다. 일단 위치가 좋다. 도쿄 이케부쿠로역에서 가깝다. 근처에 먹고 마실 곳이 많은 곳은, 이케부쿠로니까 당연하고. 하지만 이 안에 들어오면,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여긴 그냥, 별 세계다.
...문 하나만 열고 들어오면, 문 밖과 정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다들, 딱, 만화 카페에 온 분위기다. 침대에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들 공용 공간... 그러니까 호스텔 안의 응접실 같은 곳에 나와 있다. 반쯤 누워 뒤적이며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나처럼 글을 쓴다.
책은 많지 않다. 자랑이 아니라 내 방에 있는 책보다 적다. 책 종류는 대부분 여행과 일러스트, 만화에 관련된 책들이다. 얼핏 보기에 최고 인기 도서는 '월리를 찾아라'. 다들 읽지는 않는데 한번씩 손에 들어본다.
침대도 많지는 않다. 많지는 않는데 꽉 차거나 그러는 것도 아니다. 숙소-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그냥 그런 곳이니까. 비슷한 값이면 더 좋은 게스트 하우스나 캡슐 호텔도 꽤 있다.
그런데 정말 이 곳은, 뒹굴고 싶을 때. 가끔 집에 있다가 너무 지겨워져 어디라도 가고 싶을 때. 그럴 때 찾아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여기는, 숙소라기 보단, 쉬러 오는 곳, 도망 오는 곳이다.
...물론 대부분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방문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특이한 것은, 낮에도 여기에 찾아올 수가 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시간당 500엔을 내거나 합쳐서 1500엔을 내면 여기에 머물 수가 있다. 많이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한 아가씨가 소파에 반쯤 누워 노트북으로 작업하다가 가는 것은 봤다.
아무튼 나는 지금 그 곳에 있다. 호기심에 찾아 왔는데,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다음에도, 짐 없이 왔을 때는 이 곳에 오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피곤해 서울에서 도망쳐, 도쿄까지 찾아와 결국 가는 곳이 도망처라니...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곳이 우리에게도 많이 생기면 좋겠다. 가끔은 마음을 놓고 도망갈 수 있는 곳. 만화 카페와 게스트 하우스를 함께 운영하는 식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알라딘 중고 책방과 게스트 하우스가 함께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