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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Oct 23. 2018

심심한데 휴대폰이나 만들어볼까?

직접 만드는 DIY 휴대폰 키트가 나왔다

어린 시절, 전자 키트라는 물건을 좋아했다. 미리 만들어진 기판에 정해진 부품을 납땜하는 일이 전부였지만, 도둑 경보기나 라디오를 비롯해 이런저런 기기를 직접 만들 수 있었으니까. 전자 키트, 과학 상자, 조립식 장난감(프라모델+모형 비행기)이 우리 세대 남자아이들의 3종 선물 세트였다고 해도 좋다. 


요즘에는 아두이노나 라즈베리 파이, 또는 3D 프린터가 전자 키트를 대신하는 모양이다. 한번 해볼까-하고 들여다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져서 관심을 접었다. 쓸 수 있는 물건을 직접 만든다-라기보다는, 아두이노 같은 키트를 '써보기 위해' 무엇인가를 만든다-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 하아, 스마트폰을 조립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지.


한숨을 쉬는 사이, 킥스타터에 재미있는 물건이 올라왔다. 메이커폰. 어라? 해서 들여다보니, 휴대폰을 조립할 수 있는 키트다. 조금 더 둘러보니 이런...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냥 휴대폰이다. 물론 그냥 휴대폰은 아니다. 조립은 납땜질을 해야 하지만, 조립이 끝나면 프로그램을 짜서 이 폰을 조작할 수 있다. 20세기 전자 키트와 21세기 기술이 만난 셈이다. 어, 이거 좋은데?


  


이 키트를 선보인 메이커부이노는 이런 전자 키트를 만들어 파는 회사다. 작년에는 DIY 게임기를 내놔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들은 메이커 운동 진영에 속해있는 사람으로서, 그들 스스로도 메이커이며, 다른 이도 메이커가 되길 원한다. 


메이커부이노가 내놓은 키트는 그래서 전자 키트를 많이 닮았다.  사람들이 만들어보고 싶은 것을 만들게 해 준다. 기판에 납땜질하는 재미도 있고, 끝난 다음 제대로 쓰기 위해 프로그래밍하는 재미도 있다. 아두이노, 파이썬을 비롯해 스크래치까지,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한다. 


물론 조립만 하면 간단한 게임이나 Mp3 음악을 듣거나 하는 일도 가능하다. 쓰고 나니 휴대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이잖아-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마트폰은 셀카를 찍거나 페이스북을 보거나 카톡을 읽거나 하는 그런 일이니, 오해가 없기 위해 일단 휴대폰이라고 하자. 



▲ 1년 전에 내놔서 인기를 얻은 DIY 휴대용 게임기 키트


키트 값은 약 100달러. 이 가격으로 메인 보드, 케이스, LCD, 무선 모듈, 프로세서 등 휴대폰을 만들기 위한 모든 부품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직접 만들어야 한다. 조립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만, 예상 시간은 약 7시간. 땜납과 인두와 니퍼는 직접 준비해야 한다. 모두 전에 집에 있었던 도구다. 음, 파이썬 언어를 좀 익혀두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고. 


잘 모르겠다고? 괜찮다.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튜토리얼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이건 팔 물건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건프라와 마찬가지로 재미로 만들어 가지고 노는 키트다. 만약 레트로 기기를 좋아하는 어른이라도 마음에 들 거다. 난 UI를 보는 순간 살짝 꽂혔다. 이 그리운 모습이라니...


 


이미 펀딩은 설정 금액을 넘겼고, 배송은 11월부터 시작된다. 다만... 아직 사지 마세요. 참 예쁜데, 아쉽지만 권할 수가 없다. GSM 전용폰이라서, 한국/일본에선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년쯤 LTE 메이커폰이 나오길 기다리며, 일단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어 보자. 그래도 관심 있다면 킥스타터 페이지(링크)로. 


... 하아. 오늘 밤도 별이 바람이 스치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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