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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Jan 21. 2019

디지털 백래시가 시작됐을까?

뒤늦게 정리하는 2018 IT 트렌드

언제나처럼 뒤늦게... 실은 다른 곳에 원고 보내고 거기에 실린 다음에 여기에도 옮겨보는, 2018 IT 트렌드 정리. 간단히 정리하면 디지털 리스크가 크게 부각된 한 해였다-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난 몇 년은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이나 로봇처럼, 뭔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우리를 놀래게 만들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근거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랬다. 반면 올해는 다른 쪽에서 디지털 세상을 보게 만드는 일이 잦았다.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쌓아왔는가, 어떤 세상을 만들었는가, 그런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줬다고 해야 할까.


애플 배터리 게이트, 페이스북 정보 유출

     


2017년 말에 시작된 애플 배터리 게이트는 2018년까지 이어졌다. 기업에서 이용자 몰래 기기 성능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사건이다. 사실 그동안 ‘의도적 진부화’라고 해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스마트 기기 성능이 이상하게 떨어진다-는 의심은 다들 가졌다. 그게 실제로 드러나게 될 거라곤 생각 못 했지만. 


2018년 3월에 알려진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좀 특이했다. 해외에서는 굉장히 큰 사건으로 취급되는데 비해 한국에선 비교적 조용했다. 전 세계 5천만 명 이상의 개인 정보를 빼돌려서, 데이터 분석 업체에서 이용했다고 알려진 일이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은 2018년 내내 시달렸고,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계속 뜨겁다. 


아무튼 덕분에, 그동안 우리가 '개인정보'라고 얘기하는 것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확실해졌다. 이제껏 우리는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그러면, 개인 신상 정보를 이용해서 돈을 빼돌린다거나 스팸 전화를 건다거나 하는 그런 일로만 생각해 왔다. 


그렇게 쓰이기도 하지만, 실은 특정 유형의 ‘모델’을 만들기 위한 자료로 쓰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데이터'였던 셈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없애서 쓸 수 있는' 개인 데이터가 이런 용도로 쓰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형은 타깃 광고에 주로 사용된다. 나쁘게 얘기하면, 일종의 심리 조작이다.


GDPR, 새로운 규칙을 세우다



사업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귀찮아졌을 수도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유럽연합 일반 데이터 보호규칙(GDPR)이 시행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 규칙은 EU 지역에서 생기는 거래행위에서 EU 국민들의 개인 데이터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것을 의무화하는 규정이다. EU에 주소가 없어도 거래가 발생하면 적용 대상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2000만 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예전부터 중국/중동 등을 제외한 IT 업계는, 우리가 FAANG이라고 부르는 대형 IT 업체들이 사실상 과독점한 상태다. 플랫폼이 오래되고 안정되니 그걸 어뷰징 하려는 일도 잦아지고, 기업 스스로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해왔음이 자꾸 드러난다. 개인정보가 개인이 활동한 내역에 대해 기업이 획득한 데이터 정도로 취급된 탓이다.


데이터가 값싼 자원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지키려면 개인 정보를 본인이 확실히 관리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타인의 정보를 함부로 이용해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에선 GDPR에 준하는 규칙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규제라고 목소리 높일 사람도 있겠지만,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과 비슷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경우, 더 강력한 규정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KT 아현 화재 사고가 말하는 것



KT 아현 화재 사고는 다른 의미에서 경각심을 일깨웠다. 우리가 얼마나 네트워크에 의지하고 있는 지를 보여줬달까. 솔직히 우리나라가 이런 문제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허술할 줄은 몰랐다. 통신망이 끊기니 전화도 안 되고 인터넷도 안 되고 심지어 TV도 못 보고 신용카드 결제도 안돼서 상거래마저 멈췄다. 몇 년 전 블랙아웃이 벌어졌을 때도 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이런 통신시설이 백업이 안되어 있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더불어 우리도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을 너무 당연히, 항상 곁에 있고, 절대 장시간 끊어지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장시간 통신장애가 생긴 적이 있었고, 아마존 웹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일도 일어났다. 믿을 놈 아무도 없다...라고 해야 하나.


디지털 리스크란 점에선 가상화폐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논쟁과 투자/투기자를 낳았던 가상화폐 시장은, 결국 당시 정부 대응이 옳았음을 보여주며 막을 내리는 중이다. 상황이 아주 안 좋다. ‘죽음의 소용돌이’, 다시 말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네트워크 자체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일장춘몽이다. 아니 탐욕이었다고 해도 좋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프로젝트는 아직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마저 꺾이다



별 다른 혁신이 없었다 평가했던 2017년이 절정이었다. 2018년 IT 업계는 세계 경기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스마트폰 시장은 완전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과도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무역 갈등도 IT 산업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문제는 차세대 경제를 이끌 핵심 기술을 누가 확보하는 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분간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 본다.


... 간단히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도 미/중 무역 분쟁은 끝나지 않는다.


한국 회사 입장에선, 일단 중국이 반도체 생산 기반 기술이나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것, 5G 장비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 등은 호재고, 게임 회사들은 어려운 시절이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중국에서 자금을 지원받거나 받을 생각을 했던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시장 기반으로 성장했던 애플도 문제가 된다. 지금 세계 산업은 정말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호/불호를 따지기 어렵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정부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 돼 버렸다. 다행히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2019년에는 좀 더 속도를 내주길 기대한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인공지능과 지역에 기반 해, 많은 것을 IT 서비스로 바꿔가는 시대다. 얼마나 빨리 올 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 시대가 시작되기 전, 잠시 멈춰 서서 이런 변화가 무조건 옳은 지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이래도 배운 게 없다면, 슬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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