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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Feb 17. 2019

쓸모 없는 일을 계속하며 살기 위하여

적당히 벌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잘 살수 있을까?

시절이 하수상할 수록 돈을 가지고 유혹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이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책을 냈기에 봤더니,  인터넷으로 하는 네트워크 마케팅을 소개하면서 한 달에 천 만원을 벌 수 있는 혁신적인 직업인양 써놨더라. 그런데도, 가진 것이 적은 이는 이런 유혹에 쉽게 끌린다.  


예전에는 블로그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다 꼬시던 이들도 넘쳐났다. 요즘엔 유튜브다. 그게 쉬울까.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승자 독식이다. 1%가 성공하고 99%는 미끄러진다. 재능과 돈 버는 재주는 다른 문제다. 생각은 하지만 입 밖에 내진 않는다. 어쩌겠냐, 자신이 택한 길인데.


그러다, 참 재미있는 사람이 쓴 글을 만났다. '책을 냈습니다. 조금 읽어주시지 않겠습니까'라는. 쓸모 없는 만들기를 계속하기 위해 자신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에 대해 쓴 책을 소개하는 글이다. 정확하게는 책 서문 일부. 책 제목이 아예 '쓸모 없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 적당히 살기 위해 버는 방법(無駄なことを続けるために - ほどほどに暮らせる稼ぎ方 )'이다.



글쓴 이는 후지와라 마리나. 유튜브에서 '무다 쯔꾸리(쓸모 없는 것 만들기)'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어떤 것을 만드냐고? 아래 영상을 보자.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그녀가 만든, 쓸모없는 것 베스트다. 지난 5년간 200 개가 넘는 쓸모없는 발명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냥 지독하게 관심 받고 싶은 사람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진지하다. 쓸모없는 물건을 만들면서 살아갈 수 있나? 당연히 힘들다. 그래서 전에는 항상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왜 하냐고? 쉽게 말하자면 창작과 표현의 욕구지만... 쓸모 없는 것을 만드는 일이, 자신 안에 있던, 일종의 결핍을 만족 시켜줬기에.


알바 때문에 물건 만들 시간이 사라져갔다. 그게 싫었던 그녀는, 쓸모없는 물건을 계속 만들기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SNS를 하고, 블로그 글을 썼다. 블로그를 보고 원고 청탁이 와서 이제 5개 정도 연재를 하고, 대만에서 개인전도 개최했다고 한다. 이제 후지와라는 이제 쓸모없는 것을 만드는 작가이자, 발명가이자, 블로거, 유튜버다. 어쨌든 이 걸로 먹고 살게 됐다.



어쨌든, 그녀는 진지하다. 안정된 생활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하는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노력했다. 노력하면서 알게 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쓴 것이 이 책이다(...라고 짐작해 본다).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생각을 고쳤다. 다들 돈 벌려고 유튜버가 되고 있다 여겼는데, 살기 위해 유튜브를 이용하는 이도 있었다. 쓸모 없는 일이라도 이 정도로 진지하게 노력하면, 어찌되든 얻는 것이 있다. 이런 마음으로 도전하는 거라면, 누구도 걱정하거나 비웃을 자격이 없다-라고. 따지자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언이 등장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럼 뭐 어떤가.


남을 따라 하는게 아니라면, 자신이 원하는 거라면, 괜찮다. 게다가 의외로, 나중에 써먹을 만한 아이디어가 꽤 보이는 작품들이다. 일본어를 못하니까 그녀의 책을 사 읽지 못하지만, 이 책이 번역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한국에도 그녀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적당히 벌면서 살아가고 싶은 이는 있을 테니까.


... 적당히 벌어 잘 사는 게, 꽤 어려운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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