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예상 중간 점검
이 글은 2014년 9월호 아레나 옴므에 실렸던 글입니다. 다른 자료 정리하고 있는데 툭-하고 튀어나오네요.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딱 5년이 지났습니다. 2024년까지는 5년 남았고요. 아아, 한번 중간 점검하기 좋은 때군요. 정말 제 생각대로 되고 있는지, 한번 볼까요?
TV가 사라진다니 무슨 소리냐고 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0년 뒤, TV는 사라질 것이다. 아, 화면은 더 커지고, 가벼워지며, 더 전기도 적게 먹게 된다. 70인치쯤 되는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집집마다 놓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모니터지, TV가 아니다. 모든 콘텐츠가 디지털로 변환된 시대에 아날로그 전파를 수신하는 TV는 이제 의미가 없다. 이는 앞으로 지상파 방송국도 격변의 시기에 처할 것임을 의미한다.
에- 중국에선 올해, 5G 네트워크에 바로 연결되는 TV를 내놨습니다. 어디에 쓰일지는 모르지만, 5G가 기존 유선 인프라까지 대체하고 싶어 하는 것은 현실. 스트리밍 방송 시장도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충격받아 대개편에 들어갔죠. 2018년부터 극장 매출보다 OTT 매출이 더 늘어났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5년 후엔 정말 어떻게 변할까요? 흠, 이건 대체로 맞은 걸로.
2. 개인용 컴퓨터(PC)
축하한다. 당신은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해본 마지막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집에서 컴퓨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무 생산성을 위해서라도 키보드와 마우스가 부착된 장치는 그대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때 당신이 사용할 것은 퍼스널 컴퓨터가 아니라, 네트워크 PC다.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빈 깡통. 이상하지 않다. 지금도 인터넷이 안되면 컴퓨터로 할 것이 별로 없지 않은가?
이건 계속 두고 보고 있습니다. 크롬북이 있지만 아직 제대로 보급되진 않고 있죠. 게이밍 PC라는 시장도 존재하고요. 하지만 앞으로 클라우드 게임이 보편화되고, 아이패드 류의 PC가 더 널리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관련 글은 다음 달 중순에 올라갑니다). 흠, 이건 좀 더 두고 보는 걸로.
3. 신문
아쉬워할 사람이 있을까? 책은 살아남는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이겠지만. 잡지도 존재할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하지만 뉴스는? 지금 30대 이하 중에 종이 신문으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신문사는 살아남아도 신문지는 사라진다.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돈을 벌지 못하는 상품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이미 많은 신문사들의 수익 구조가 변하기 시작했다. 기득권이 무너지는 것은, 의외로 순식간이다.
아직 나오긴 하지만, 사실상 '종이' 신문 영향력은 이미 소멸. 뭐 이건, 다들 알고 있던 일이니까요. 종이로 된 신문 자체가 더 나올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요. 흠, 이건 맞췄다고 하기도 민망하네요.
4. 휴대용 게임기
PS vita, 닌텐도 3DS… 아직도 몇몇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기기들이다. 지금 스마트폰 게임들은 이 휴대용 게임기에서 줄 수 있는 재미의 반도 제대로 주지 못한다. 게다가 휴대용 게임기는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게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게임기 사업은 기본적으로 플랫폼 사업이다. 휴대용 기기의 플랫폼은 이미 스마트폰이 장악했다. 이미 플랫폼이 장악당한 시장에서 휴대용 게임기가 설 자리가 있을까?
옙. 예상보다 빠르게 킬 당했습니다. 그래도 닌텐도 3DS 후속기가 하나 정도는 더 나올 줄 알았는데, 닌텐도 스위치가 하이브리드 게임기가 되면서, 사실상 소멸했죠. 레트로 게임기 형태로나 남아있을 뿐. 아, 닌텐도 스위치 라이트는 휴대용...인 걸까요. 흠, 이건 맞추긴 했는데 그래도 두고 보는 걸로.
5. 저장장치(hdd)
지금 이 순간도 지구 어느 곳에선 디카로 찍은 사진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골머리를 썩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팬들이 찍은 아이돌 영상과 수많은 영화, 음악 파일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저장 장치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24년, 우리가 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은 완전히 바뀐다. 저장된 것을 꺼내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있는 것을 클릭해서 본다. 더 이상 개인에게 저장 장치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 된다. 오늘 우리가 CD를 쓰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 사람들은 하드디스크에 다운로드하는다는 말을 생각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건 진짜 애매합니다. 많은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보는 시대가 된 것은 맞아요. 저기선 외장 하드 같은 의미로 쓰긴 했지만. 어찌 되었건 소멸되어 가는 중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구형 미디어로 계속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백업용으로 일단 많이 쓰이고요. 저장한다는 개념은 '사진'에만 남아있긴 하지만, 일단 없어지진 않을 듯합니다. 흠, 역시 더 두고 보는 걸로.
1.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10년 뒤, 우리가 아는 모든 디스플레이는 인터넷에 연결된다. 네트워크 컴퓨터의 화면을 비롯해 빌딩 전광판, 화장실의 거울, 디카 화면, 상점의 광고용 디스플레이, 개인용 안경, 택시 미터기, 스마트폰, 하다못해 냉장고에 붙은 작은 디스플레이까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디스플레이는 보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그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보를 얻고, 광고를 보게 된다. 그게 말이 되겠냐고? 이미 사물인터넷 기업들은 차분히 그 준비를 해가고 있다.
등장했고, 더 등장할 겁니다. 2024년쯤에는 널리 퍼져있겠죠. 사실상 IPTV 역시 네트워크 TV라서, 이건 맞춘 것도 아니죠. 그냥 확인.
2. 개인용 로봇
이미 산업용 로봇은 공장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곧 등장할 것이다. 스마트홈 시스템의 중추가 될 수도 있고, 영화 배트맨에서 보던 것처럼 관절이 나쁜 사람들에게 외골격 역할을 대신해 줄 수도 있다. 당신에게 청소나 요리를 대신 해 줄지도 모르고 애완동물을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감정을 읽어내고 그에 맞게 반응해주는 로봇은 나왔다. 어쩌면 간단한 심부름 정도는 로봇에게 맡겨도 될지 모른다. 그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올해 타임지에선 소셜 돌봄 로봇 태미를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했습니다. 개인용 로봇에 대한 조금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올리겠습니다. 아무튼, 이것도 대충 맞추긴 했지만 좀 더 지켜보는 걸로.
3. 위버 소사이어티
위버 소사이어티? 낯설게 여기지 않아도 좋다. 당신은 이미 위버 소사이어티의 일원일지도 모르니까. 10년 후의 인터넷은 지금의 인터넷과는 다르다. 네트워크 구조 자체도 변할 가능성이 높고, 필요한 정보를 큐레이션해 전략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된다. 한마디로 21세기의 오피니언 리더다. 위버 소사이어티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가상의 인터넷 사회다. 전략가이자 논객이자 컨설턴트이자 모사꾼이자 혁명가들인 사람들이 있는 연결망.
전 새로운 엘리트(?) 계층의 등장을 예상합니다. 이상하죠? 이런 사회에, 새로운 엘. 리. 트. 라니. 하지만 복잡하고 알 수 없어져 가는 세상에서, 그 세상을 교통정리하고 대안을 논의할 계층, 어떤 가상 사회 구성원들은 생겨날 거라 보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AI의 도움을 받게 될지도 모를지만요.
4. 무인 자동차
대중교통은 싫다. 자가용은 부담된다. 그런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무인 자동차다. 미국이라면 개인용으로 구입해도 문제없겠지만,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개인용 보단 택시 업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전기 자동차와 도심 무인 자동차 공용 주차장만 완비된다면, 택시는 무인 자동차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돈 가치로 하루 5000원 정도만 내고 출퇴근을 편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만약 정말로 이렇게 된다면, 개인용 자동차는 패션 아이템 시장을 두드려야 할 것이다.
뭐, 이건 오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선 그냥 와야 하고요. 안 그러면 자동차 업계가 망할 판이라.
5. 양자 컴퓨터
반도체 기술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새로운 소재가 연구되고는 있지만, 앞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으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 양자 컴퓨터다. 양자를 연산자로 사용하는 컴퓨터로, 최근 MS도 연구에 착수했다. (논란은 있지만) 현재 상용화된 제품도 있다. 가격이 100억이라서 문제지만 록히드 마틴과 구글&NASA도 한대 구입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은 꿈의 컴퓨터이다. 10년 후에도 실용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분명히 언젠가 나오긴 나올 것이다.
역시 연구 개발 중입니다. 가끔 결과 리포트 논문 하나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죠. 하지만... 생각보다 느리게 도착할지도 모르겠네요. 2024년은 너무 이른 걸지도 몰라요. 여기선 대중화-라는 의미에서 '나타난다'라고 한 거니까요. 두고 봐야겠지만, 제가 틀렸을지도 모릅니다.
이상입니다. 사실 예측이라고 하기도 뭐하죠. 이미 오고 있는 변화를 기록했을 뿐이니까요. 그래도 가끔, 이렇게 옛글에서 생각했던 것을 되새김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여기에 더하면 가상현실과 5G 네트워크 정도일까요. 2024년에 이 글을 최종 검토할 때는 또 어떻게 쓰게 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