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19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
2019년이 끝나갑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19의 배경이었던 그 2019년입니다. 그 안에 등장했던 많은 과학기술 가운데, 안드로이드를 비롯해 우주 개발 등등은 모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플라잉 카도 마찬가지죠. 블레이드 러너의 시간이 끝나는 아쉬움을 담아, 2018년에 쓴(...) 플라잉 카 관련 글을 올립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다. 전기 자동차, 자율주행차 그리고 모빌리티 서비스(MaaS). 사물인터넷, V2X, 5G 네트워크,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인기 있는 기술 테마는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여기에 새로운 트렌드가 하나 합류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플라잉 카’다. 이 단어를 듣고 ‘블레이드 러너’ 같은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동차를 생각했다면, 맞다. 바로 그런 차다……. 생긴 것은 아주 다르겠지만.
플라잉 카는 달리기도 하고 날기도 하는 차를 말한다. 정확한 정의는 아니지만,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비행기나 공중에 떠다니는 호버카, 개인 차량처럼 쓸 수 있는 비행기도 뭉뚱그려 플라잉 카라고 부른다.
원조는 1926년 헨리 포드가 발표한 ‘스카이 플리버(Sky Flivver)’라는 개인용 비행기다. ‘나르는 자동차’라고 소개된 이 제품은 결국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끝났지만, 포드가 ‘트라이 모터’ 등의 항공기 제조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현대적인 플라잉 카가 처음 선보인 때는 1949년이다. ‘에어로 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자동차는, 평소에는 자동차처럼 운전하다가 날개를 달면 비행기처럼 날 수 있었다. 대량 생산을 위한 허가까지 받았지만 아쉽게도 상용화를 하지 않았다.
1960년대부터 민간항공운송 시대가 찾아오면서 플라잉 카에 관한 관심은 사라졌다. 먼 곳을 갈 때는 비행기, 평소에는 자동차란 생활양식이 확립된 탓이다. 군사용으로 연구 개발된 사례는 있다. VZ-8 에어집((Model 59K Skycar))이란 이름을 가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카는 미군이 주문했던 시제품이다. 지상에서도 잘 움직이고 잘 날았지만, 현대전에는 걸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미군이 계획을 중단시켰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에어로카’와 ‘VZ-8 에어집’은 현대 플라잉카의 시조라고 봐도 좋다. 많은 플라잉카는 이 두 기체가 선보인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 후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연구는, 2003년 미 NASA에서 개인 항공 차량(Personal air vehicle, PAV)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때 NASA가 정의한 PAV가 ‘날 수 있고 달릴 수도 있으면서 운전면허증만 가지고 있어도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연구였지만, 2007년 상금을 건 대회를 열기 시작하면서 실제로 날 수 있는 플라잉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테라푸지아는 이때부터 플라잉카를 만들어온 기업이다. 아래 영상은 2009년 선보인 ‘더 트랜지션’이란 기체를 찍은 것으로, 이때만 해도 많이 투박했다.
거기에 더해, 2017년 이스라엘 무인항공기 제조사 ‘엘빗 시스템(Elbit Systems)’이 미연방 항공국(FAA)으로부터 UAV(무인 항공기)를 도심 위로 운행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플라잉카를 새로운 도시 교통 수단으로 써보겠다는 움직임이 부쩍 늘어났다.
우버는 미 NASA와 협력해, 2020년부터 ‘우버 에어’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서비스는 2028년쯤 이뤄질 예정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고, 건물 옥상이나 비행장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 택시를 타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택시비는 지금보다 1.5배 정도 더 받지만, 2시간 거리를 15분 정도에 갈 수 있게 된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플라잉카 스타트업 ‘키티호크’를 비롯해 지. 에어로(Zee.Aero)라는 플라잉카 회사에 투자했다. 키티호크는 3년 안에 뉴질랜드에서 자율비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항공기 제조업체들도 가세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에선 2019년 플라잉 택시 시제품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는 아우디와 손잡고 ‘팝업넥스트’란 이름의 날 수도 있고 달릴 수도 있는 복합 개념의 차량을 매년 소개해 왔으며, 수직 이착륙 가능한 자율 주행 비행기 바하나(Vahana)의 실험 비행도 성공했다.
가장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회사는 역사 자동차 제조업체다. 지난 8월 21일 롤스로이스는 시속 400km로 800km 거리를 갈 수 있는 플라잉카 컨셉을 발표했다. 도요타는 ‘카티베이터’라는 최소형 플라잉카 관련 회사에 투자했으며, 플라잉카 관련 새로운 특허도 출원했다. 앞서 말한 테라푸지아는 중국에 인수됐으며, 슬로바키아 회사 에어로 모빌은 오래전부터 플라잉카를 개발하고 있다. 네덜란드 PAL-V를 비롯해 미국 NFT도 주목받는 플라잉카 스타트업이다.
플라잉카를 비롯해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가 만들어지는 목적은 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70억 인류 가운데 40억 명 이상은 도시에서 살고 있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교통 문제가 상당하다. 대기 오염부터 시작해 교통 체증도 심각하고, 도시 간 이동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욕구도 크게 높다. 한국만 해도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약 100만 명이며, 이들이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2시간 정도 된다. 플라잉카가 대중화되면 도시 교통 문제를 많이 해소할 수 있다.
그럼 언제쯤 플라잉카를 탈 수 있게 될까? 아쉽지만 확실하게 알 수 없다. 일단 실제 제품이 판매되는 시기는 2020년, 널리 퍼지기까진 10년에서 3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우버 에어나 키티호크가 잘하면 좀 더 앞당겨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 가격도 비싸고 교통법이나 보험회사, 정책당국과 여러 가지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쉽지는 않다. 자동차는 한 사회의 시스템과 결합되어 있다. 다만 한번 도입된 이후에는, 이제껏 볼 수 없던 세상을 보게 된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