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확률은 반반
이번에는 진짜 나올까? 두근거리며 사람들이 기다리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간편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다. 이번에는 진짜다 아니다를 따지며 와글거리는 커뮤니티 게시판을 비롯해, 이로 인해 어느 회사 주가가 올라가고 내려갈지 논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애플페이 소식에 흥분하는 걸까?
간단하다. 애플페이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오랫동안 부족하게 여겼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갑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을 없애준,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와 비슷해서 그렇다. 애플페이가 들어오면 갤럭시 사용자가 누리던 지갑 없는 자유를, 아이폰 유저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뿐일까? 한국 신용카드 및 간편 결제 시장을 뒤흔들지도 모른다. 애플페이가 편리한 만큼, 애플페이를 쓰기 좋은 카드를 발급받는 사람이 늘어날 테니까. 2020년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면 한국 아이폰 이용자의 비중은 약 18%다. 스마트폰 이용자를 5,000만 명 정도로 잡으면 약 900만 명이 아이폰을 쓴다고 추정할 수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크기의 소비자 집단이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애플페이에 정말 그런 힘이?
말이 안 된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애플이 대단한 회사인 것은 알겠지만, 어쨌든 애플페이는 간편 결제 서비스다. 서비스 하나가 몇백만 명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미 한국 시장을 장악한 간편 결제 서비스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내놓은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다. 네이버페이 이용자는 2022년 4월 기준 약 3,066만 명, 카카오페이 이용자는 약 2,969만 명에 달한다. 이렇게 많지만, 이들이 신용카드 시장을 흔들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중국 위챗페이처럼 사람들이 돈을 쓰는 방법을 바꿨다고 보기도 어렵다.
새로운 서비스도 아니다. 2014년에 정식 발표됐으니, 새롭기는커녕 꽤 오래된 서비스인 셈이다. 별다른 기능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주된 기능은 앞서 말했듯 아이폰을 이용한 온/오프라인 결제 기능이다. 교통 카드와 비슷하게 폰에 내장된 NFC(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을 사용한다. 거기에 덧붙여 일부 국가에선 교통 카드 기능을 추가하기도 하고, 미국에선 개인 간 송금에도 쓰지만, 이런 기능을 딱히 대단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알고 보면 획기적인 애플페이
다만 이런 기능을, 당연하다 여기게 만든 서비스가 애플페이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애플페이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굉장히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서비스라는 말은 아니다. 그 전에 알리페이, 위챗페이는 물론 구글월렛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중국 지역에 한정된 서비스라거나, 어른의 사정으로 보급이 더디다는 한계가 있었다. 보안에 대한 우려도 컸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결제 시장의 특성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서로 편을 나눠 싸우면서 비접촉 결제가 성장 못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아이폰 보안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끌어내고(당시 지문 인식 홈버튼 탑재가 애플페이를 위한 준비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러 신용카드 회사와 은행을 설득해 애플페이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더불어 결제 프로그램을 별도의 앱이 아니라 OS 자체에 집어넣어, 화면을 잠금 해제하지 않고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등록한 여러 신용카드 중에 쓰고 싶을 것을 골라 결제하는 등의 편리한 인터페이스도 (거의) 처음 선보였다.
여기에 당시 구형 마그네틱 카드 결제를 대신할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 변경을 추진하고 있던 서구의 사정과 맞물려, 비접촉식 새로운 표준 카드 결제 단말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애플페이도 빠르게 보급되어 갔다. 현재는 세계 70여 개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러시아에서는 최근 중단됨). 중국에서 별로 인기를 얻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기준 애플페이 사용자는 약 5억 7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애플페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안전하고, 빠르고, 쓰기 편한, 검증된 간편 결제 서비스, 그것이 애플페이다. 다른 앱을 깔 필요 없이 아이폰만 있으면 쓸 수 있기에, 실제로 미국 아이폰 사용자 네 명 중 세 명은 애플페이를 쓰고 있다. 다른 대체할 만한 서비스도 없으니(이건 전적으로 애플 탓이지만) 많은 한국 아이폰 사용자가 애플페이 도입을 원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동안 한국에서 쓸 수 없었던 건 왜일까?
크게 두 가지 문제다. 하나는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가 별로 보급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애플페이를 쓸 때마다 애플 등에 줘야 하는 추가 수수료가 부담됐다. 그래서 한국 신용카드 회사가 꺼리는 부분이 있었고, 그동안 여러 번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루머가 나왔을 때도, 그걸 믿는 사람이 적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지난 8월에 흘러나온 소문부터 시작해, 9월 계약설, 10월 카드사 이용약관 유출까지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보이는 탓이다. 빠르면 11월에 진짜 애플페이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애플페이가 성공할 수 있을까?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애플페이는 미국 비접촉 결제 시장을 바꿨다. 애플페이 출시 때 비접촉 결제 가능한 점포는 약 3%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90%에 달한다. 뉴욕 전체 VISA 카드 결제의 45%가 비접촉 결제로 이뤄진다. 미국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결제 서비스다. 한국 아이폰 사용자의 열정을 고려하면, 애플페이는 도입과 함께 바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불편함이다. 앞서 말한 애플페이 결제 단말기가 적다는 문제는 바뀌지 않았다. 교통 카드 대신으로만 쓸 수 있어도 괜찮겠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처음에는 열정으로 불편함을 감수하겠지만, 계속 그걸 감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불편하다면, 애플페이는 찻잔 속의 태풍, 그저 그런 수많은 페이 중에 하나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구글월렛을 비롯해 삼성페이 NFC 버전 등 그동안 국내 출시를 포기했던 다른 간편 결제 서비스가 들어올 가능성도 열린다. 많은 이가 애플페이 도입을 눈여겨보는 건, 옛날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꽉 막힌 한국 시장에 메기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이제는 정말, 간단히 쓸 수 있는 진짜 간편 결제 서비스를 만나보고 싶다.
* 여성동아 2022년 1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