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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Oct 24. 2016

편지할께요. 별 헤는 밤과 함께

이젠 손편지 쓰는 사람은 사라졌지만

가끔 별 것 아닌데 정말 기발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별이 빛나는 하늘 봉투(Starry Sky Envelope)'도 그 중 하나다. 편지 봉투다. 편지 봉투인데, 별을 볼 수가 있다.



어떻게 별을 보냐고 묻는다면, 재미없게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안쪽 봉투에 별 자리 모양으로 작은 점이 뚫려있고, 바깥 봉투가 반투명 종이다. 동봉된 종이를 이용해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을 막고, 봉투 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별이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손글씨 편지를 받아본 지가 한참 되었다. 전전 여자친구에게 받았던 것이 마지막인 것 같은데, 언제였는 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 시대 연인들은 손글씨 편지 같은 것, 쓰지 않을 것만 같다. 그래도 이런 봉투를 만나면, 싱긋, 웃게 된다.



손글씨가 사라질 리야 없겠지만, 손글씨를 즐겨쓰던 시절은 오래 전에 막을 내렸다. 이제는 손글씨가 취미 생활이 될 정도니까. 그래도 그때 받았던 편지들은, 지금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다. 가끔은 꺼내서 읽어보기도 한다. 좋은 추억이니까.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시절의, 기억이니까.



디자인은 츠카다 모에-가 했다. 가격은 12달러(링크). 편지 봉투 하나치곤 비싸다- 싶지만, 디자인의 가치는 그렇게 매기는 것이 아니니까. 편지 봉투 바깥에는, 깨알같이 별 자리를 새겨두었다. 잘 보이지도 않는데. 봉투로 별 보는데 상관도 없는데. 


참,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생각하지만, 디자이너들은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디테일은 향기와 같은 것이라, 기능이나 아이디어에만 신경쓰면 '이상한 냄새가 나는 맛있는/예쁜 요리'를 먹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란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시간나면 언제 다시, 손글씨 편지나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짧은 글이면 또 어때. 별을 담아 보내는 걸. ... 보내고 싶어도 받아 줄 사람이 없긴 하지만 ㅜ_ㅜ. 별을 딸 수 있으면 뭐해. 따다 달라는 사람이 없는 걸(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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