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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그니 Nov 29. 2016

패미컴이 그리운 당신을 위한 선물, 패미컴 문구 세트

꿈은 적당히 만지작거렸을 때 더 예뻐 보인다

90년대 학번이라면, 어렸을 때 패미컴을 가지고 놀았거나, 패미컴을 가지고 노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난 그랬다. 그건 내가 가질 수 없는 장난감이기도 하고, 내가 가져선 안 되는 장난감이기도 했으니까. 덕분에 게임기도 없으면서 게임 잡지에 실린 게임 공략을 열심히 읽고는 했다.


다 커서 만져본 패미컴은, 날 당황하게 만들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그런 게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슈퍼패미컴을 지나 PS2까지 나온 마당에 만져본 패미컴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했으리라. 8비트 도트 그래픽과 사운드가 눈 높아진 날 만족시켜 줄리 없었으니까. 패미컴에 대한 꿈은 그렇게, 곱게 접어 어딘 가에 묻어뒀었다. 


 


패미컴 복각판이 나왔을 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첫사랑과 똑같다. 추억은 그냥 추억으로, 어릴 적 상상했던 그 상태로 묻어뒀을 때가 더 예쁘다. 괜히 꿈을 이룬다고 만져봤자, 씁쓸한 뒷맛만 남기게 된다. 그러다 이 제품들을 봤다. 패미컴 모양의 문구 용품 세트들을. 


마음을 돌렸다. 아아, 적당히 예쁘게 만져주면, 꿈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겠구나. 여기에는 어릴 적, 밤새워 게임 잡지를 읽던 추억을 살짝 되새기게 해 주는, 그런 물건들이 있었다. 그래, 나이 든 나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히 적당하지, 뭐.


 


꿈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운 것은 그때 만졌던 무엇이 아니라, 그때 무엇인가를 만지고 있던 시간일 테니까. 가질 수 없어서 애태웠던 그런 욕망이 아니라, 그런 욕망을 품고 살았던 시간일 테니까. 게임 잡지가 나오길 기다리며 매일 같이 서점에 들르고, 잡지가 나온 날이면 공부 포기하고 밤새 잡지를 읽었던 그런 밤일 테니까.


게임을 할 시간도, 8비트 게임을 이제 와서 할 시간은 더더욱 없는 나에게, 이 정도면 차고 넘치는 그리움이다. 게임기 모양 노트라니, 조이패드 모양 수첩이라니, 엉엉엉 ㅜ_ㅜ. 나는 이런 것을 정말 사랑한다고... 누가 보면 너는 본질이 아니라 껍데기만 좋아하는 거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껍데기도 아니고 본질도 아니고, 거기에 묻어 있는 어떤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니까.


판매는 12월 23일부 터지만, 아마존 재팬에서 선주문이 가능하다. 패미컴에 관심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한번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ttps://www.amazon.co.jp/s/ref=bl_dp_s_web_2277721051?ie=UTF8&node=2277721051&field-brandtextbin=%E4%B8%89%E8%8B%B1%E8%B2%BF%E6%9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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