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우리 집에 가려면 척박한 오솔길을 올라야 한다. 극한의 경사를 힘겹게 오르면 평화롭고 고요한 풍경 속 집에 다다른다. 초록이 무성한 숲과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이 맴도는 마을, 이곳은 그야말로 지루한 천국이다. 재밌는 지옥 서울이 나는 종종 그립다. 산다는 건 매순간 모순과 역설이야.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인과가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믿음으로 시작하는 신과 신앙은 머나먼 세상 일이었다.
내가 알던 나와 다른 나를 만나고
내가 믿던 세상과 다른 세상을 알았을 때,
그동안 알고 믿었던 것에 균열이 일자
나를 붙들어놓을 무언가를 찾았다. 그게 종교와 신이었다.
친구 따라 잠깐 다닌 교회, 그곳에서 나눈 종교에 대한 대화와 몇 차례 성경 큐티로 신앙을 갖기엔 역부족이었을까. 나는 그다지 흥미를 찾지 못했다. 고작 그걸로 종교를 다 알았다고 할 순 없으나 성실히 신을 따르는 삶과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하단 걸 느꼈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되도록 많을 걸 내 통제 하에 두고자 했다. 그것은 곧 강박이 되어 나를 옥죄었고 불안은 해소되긴 커녕 더 커져만 갔다. 몰아치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 힘을 주고 버티다 도저히 힘이 빠져버려서 마구 휘날렸다. 막상 힘 빼고 흔들려도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는 걸 보면서 허무하면서도 묘한 해방감이 들었다.
초연해야하는 구나
그 해방감 이후 나는 자주 이렇게 다짐했다. 날 교회에 데려간 친구는 모든 일이 신의 뜻이라는 걸 살아가면서 더 깊히 깨닫는다고 했다. 초연하고자 다짐하는 나와 모든 게 신의 뜻이라 믿는 친구는 같은 길을 가는 걸지도 모른다.
내년의 나는 뭘 하고 있을까.
늘 궁금하다.
단 일년도 당초 내 생각대로 된 적이 없었다.
어차피 그렇게 안 될 일,
너무 정해놓지 않기로 했다.
마음의 고난은 너무 정해놔서 생기더라고.
애초에 약속을 하지 않으면
약속 어긴 나도 없잖아요(기적의논리)
변화에 민감하고 순발력은 있지만
잘 지키지 못하는 편이다.
못하는거에 목 매지말고 잘하는 방식으로 살기로 해.
근래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점차 적당히 빠져나올 줄 알게 되었다는 것.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모든 것은 가치 판단이며 형상일 뿐이란 걸
더 깊히 알아간다는 것.
난 내가 너무 미천한 존재같고 모든 게 운인 것만 같아서
어떻게 내 존재를 인식해야할지 몰랐는데
모르긴 뭘 몰라 그냥 그런 생각하는 존재가 나인 것을
..
작년엔 종교에 관심을 가졌다.
왜인지 그 땐 성당엘 나가고 싶었다.
성수를 이마에 꼭 찍으면 웨딩피치 변신하는 것 마냥 샤랄라하게 빛날거란 얼토당토 않은 믿음이라도 갖고 싶었다.
그 해엔 참 많은 사건이 벌어졌고 뭐든 붙들어야 했다.
굳이 성당에 다니진 않았으나
어딘가 묵묵히 존재하는 그 십자가가
가끔 오갈 곳 잃은 내 마음을 달랬다.
신앙은 없으나 종교적인 사람이 되고자 한다.
찬양하고 간증하진 않지만 경전과 성경은 읽는다.
미천한 나 라는 인식은 모두가 죄인이라는 그 말과 같고
모든 것은 형상이란 관점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회개,
그렇게 ‘열반’에 오르는 게 그들이 갈망하는 ‘구원’이겠지
부처님으로 나아가기엔 한없이 어리석고
하나님 음성은 영영 안들릴 것 같으니
나는 나에게 은혜와 자비를 불어넣기로 한다.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바라보며
감사하고
안녕을 바라야지
+)
안그럼 맨날 화딱지 나서 다 때리고 싶으니까
참된 인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