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사람

by 작소



무척이나 싫은 사람이 있다. 그가 싫어지기 까지 많은 사건이 있었고, 그 후로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어쩌다 그를 싫어하게 되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아무리 거센 파도도 곧 잠잠해지는구나. 그리 되기까지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저 산과, 영원히 밀려올 파도 곁에서 매일 마음을 흘려보냈다.


그와 함께 행복한 순간이 많았던 만큼 그를 싫어하게 되었다.

악감정이 커질 수록 지나간 내 소중한 삶의 한 부분이 훼손되는 느낌이 들어서 견디기 힘들었다. 어떤 날은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해보기도 했고, 최선인 줄 알았던 당시의 나를 반성하기도 했다.


끈질기게 밝아오는 아침을 수천번 맞이하다 보니 극단을 오가던 감정이 무뎌졌다. 점차 담담해지는 경험은 크나큰 거름이 되었다. 그토록 바라던 초연함을 조금은 얻을 수 있었으니까.


싫은 감정이 송곳처럼 마음을 뚫고 튀어나올 때면 그 끝을 어루만지며 배운 것을 떠올렸다. 매일 어루만지고 또 만졌다. 어느 날은 찔려서 피가 났고 피가 난 곳을 또 찔리기도 했다. 마음을 찔러대던 송곳은 뭉툭해지고 그걸 어루만지던 손엔 굳은 살이 생겼다. 닳고 닳아도 둥글어진 송곳이 여전히 마음 안에 있네.


있었던 사실은 희미해졌다. 해묵은 감정만이 남았지만 이따금 그의 소식을 알게 된 날엔 깊은 곳에서 사뻘건 무언가 솟구쳤다. 둥근 송곳에 흘러간 세월이 얹어져 미움이 더 무거워진걸까. 어떤 날엔 굳은 살이 갈라져 피가 철철 났다.


땅이 푹 꺼져 빠져 죽든 하늘로 솟아 사라져버려. 밤낮 없이 바랐던 그의 불행, 그 끔찍한 저주도 웬만해선 할 짓이 아니더라. 누군갈 싫어하는 감정해묵은 감정이 내 인생마저 지옥으로 끌고가선 안되잖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어루만지고 또 만져야지. 용서, 라거나 감정이 풀어질 일같은 건 없을거야. 마음 안에 송곳은 둥글어지고 내 손은 점점 딱딱해질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