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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May 03. 2018

B주류이고픈 B형 남자

Beautiful World를 위한 B밀 작전


사진출처: 영화 'B형 남자친구' 공식 포스터


B형 남자와 사귀지 마세요...’


‘아니, 도대체 혈액형과 그 사람의 됨됨이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책 홍보 문구를 보자마자 욱 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한 때 출판계엔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규정’하는 책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목과 내용만 조금 바꿀 뿐 거기서 거기인 책들이 범람했고 대형서점에서는 아예 이런 책들을 위한 Bestseller 코너를 만들어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혈액형과 그 사람의 성품을 규정할 만한 그 어떤 과학적 발견은 없었다. 인과관계를 밝힐 만큼 결정적인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혈액형이 체질적으로 혹은 생물학적으로 일정 부분 연관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부분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혈액형 성격 결정론’은 절대적인 사실로 굳어져갔다. 특히 B형 남자들은 다혈질이고, 욱하고, 좋고 싫은 게 분명해서 남의 눈치 안 보며 막 내지르고, 변덕이 심할 뿐만 아니라 싫증도 잘 느껴서 바람기가 다분한 아주아주 몹쓸 종족이었다.
 

난 B형남자다. 내가 혈액형을 골라서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B형이라는 이유로 난 위에서 언급한 몹쓸 인간이 되어있었다. 당시 혈액형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고, 나중엔 이 질문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B형이라고 이야기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너도 저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이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본성을 드러내고 말 거야’라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진지하기까지 했다. 혈액형을 속일까 생각도 했지만, 그런 상황이 더 웃긴 것 같아서 그냥 포기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B형 남자들은 B(非)호감의 끝판왕으로 등극했다.
 

나도 한 때는 ‘Be 호감’이려고 노력한 적도 있다. B호감은 죄인,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Be 호감’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여정은 B정상적이었다. 내 것은 내어주지 않으면서 남의 것을 빼앗아와야 했고, 어깨동무를 하고 나란히 걷기 보다는 앞서야 했다. 그렇게 남의 등을 밟고 더 높은 곳에 위치하는 사람에게 ‘호감’이라는 훈장이 수여됐다. 특히 이 게임의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은 ‘철 들었다’는 수식어도 따랐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겐 어김없이 B호감의 딱지가 붙었다.
 

‘이런 게 철드는 거라면 영원히 철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세상의 규칙을 잘 따르지 않았던 편이기에 난 B호감에 가까운 인물이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B형의 피가 흐른다고 B호감 확인사살까지 당했다. 
 

굳이 애써 호감이 되고 싶지도 않았지만, B호감도 되고 싶지 않았다. 어느 쪽이던 양극단에 있는 건 너무 피곤한 일이었다. B호감보다는 차라리 B주류가 나을 것 같았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아 눈에 잘 띄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내 의지를 굽히지 않고 살기에 용이한 게 B주류였다. ‘Be 주류’는 ‘Be 호감’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이 자발적 아웃사이더의 장점은 꽤나 많았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힘들 정도로 도태되지 않으면서도 경쟁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었다. 결승점에 1등으로 들어온 뒤 ‘왜 이렇게 살아야만 하지’라는 자조적인 ‘한숨’ 대신, 옆과 뒤를 보며 ‘한 숨’ 쉴 수 있는 삶 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B주류에게는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토끼끼리 경쟁하면 빠른 토끼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토끼는 잘 달릴 수는 있지만 판을 뒤집을 수 없다. 하지만 토끼와 거북이가 경쟁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세상이 정한 룰을 따르진 않지만, 언젠가 내가 주도권을 쥘 수 있는 B주류. 충분히 투자할만한 상품이지 않나. 


이 멋진 프로젝트에 난 가급적 많은 자발적 B주류들과 함께 하고 싶다. B급 정서를 바탕으로 자칭 호감, 자칭 주류라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룰을 박살내면서 말이다. 멋지지 않나. ‘성질 머리 더러운’ B형 남자가 B주류들과 함께 만드는 B급 정서의 B밀 작전. 난 그렇게 Beautiful World를 만들고 싶다. 그게 내 Best life다.
 


 
Copyright(C) Apr. 2018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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