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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May 22. 2018

아재아재 꼰대아재

부처님 오신 날에 부쳐



‘아재’ 



아저씨의 경상도 사투리인 아재는 ‘나이’, ‘짬밥’을 뜻하는 Age를 그대로(?) 읽을 경우 나는 소리다. 그리고 아재는 ‘꼰대’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꼰대란 말 역시 사전적으로는 ‘늙은이’를 뜻하고, ‘아재’ 역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중년 남성을 뜻하니 아재와 꼰대는 사전적으로 거의 동의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이 두 단어가 ‘나이 먹은 사람’ 이외에 부정적인 의미의 동의어로도 사용된다는 것이다. ‘갑질병자’, ‘앞뒤 꽉꽉 막힌 사람’, ‘권위만 내세우는 자’, ‘수직적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며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가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자’ 같은 의미들 말이다. 



물론, 꼰대가 꼭 중장년 남성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일진놀이 하면서 친구들 괴롭히고 왕따시키는 10대 꼰대들부터, 신입생 환영회, MT, 학과 단톡방에서 후배들 똥군기잡는 대학생 꼰대, 후임병 구타 가혹행위를 일삼는 군인 꼰대 등 20대에도 꼰대들은 포진해 있다. 또한, 간호사들 ‘태움’ 논란에서 보듯 꼰대는 남성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하지만, 꼰대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게 ‘이천 십팔 년을 사는 대한민국 아재’라는 사실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이미지가 나빠졌지만, 남 탓을, 사회 탓을 하기도 어렵다. 꼰대 이미지를 스스로 구축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 사고,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결여다. 그래서 ‘‘내가 왕년에 말이야’, ‘네가 감히’, ‘닥치고 내가 시키는대로 해’ 따위의 말들이 꼰대들의 시그니처 언어가 되었으리라. 



그런데, 가해자들이 계속 그 자리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고 계속 가해를 하는데 피해자들이 마음가짐을 달리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꼰대질로 여러 사람들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해놓고, 위로한답시고 ‘우리 때는 말이야’, ‘아프니까 청춘’, ‘참고 견디면 (언제 올지도 모르고 어쩌면 안 올지도 모르는) 좋은 날이 올거야’ 같은 말을 하는 건 꼰대 아재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꼰대 아재들이 먼저 바뀌지 않고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현실에 대해 먼저 ‘깨달음’을 얻는 게 조롱 당하지 않을 단 하나의 방법이자, 멀어질 대로 멀어진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힐 유일한 길이다. 



때마침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았다. 종교적인 색채를 차치하고라도 ‘가자, 가자, 모두 함께 저 해탈의 세계로 가자. 오 깨달음이여, 축복이어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반야심경이야말로 꼰대 아재들이 새겨 듣고 삶의 지침으로 삼을만한 교과서다. 이를 거울삼아 우리 모두 부처님 오신 날 만이라도 다같이 부처핸썹을 해보는 건 어떨까. 



위에서 언급한 해탈과 깨달음의 메시지를 담은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은 ‘아제아제 바라아제’다. 그렇기에 



‘아재아재 꼰대아재여, 아제아제 바라아제’ 




Copyright(C) 부처님 오신 날. 2018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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