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er T Aug 26. 2018

사람여행: 2. 데이지

'셀러턴트' 자양분으로 향기로운 글의 꽃을 피우다


‘데이지’의 꽃말은 ‘겸손한 아름다움’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하지만 짙은 향기를 풍기는 데이지와 어울리는 꽃말이다.


작가 ‘데이지’도 마찬가지다. 본인 스스로 냉철하고 이성적이라고 말하지만 한 꺼풀 속에 있는 속내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프로배움러이자 프로직업인, 셀러턴트라는 자양분으로 향기로운 글의 꽃을 피우고 있는 ‘데이지’ 작가님을 만났다.




#. 글과 노는 게 제일 즐거웠던 소녀


글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저와 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을 좋아했죠. 그러다보니 주위에서 글을 잘 쓴다는 칭찬도 곧 잘 들었고, 글짓기 대회 상도 휩쓸었어요. 특히 주위의 환경도, 제 스스로의 성향도 글과 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기에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저 스스로도 잘 노는 데 소질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어떤 감정들을 느꼈나요?

스스로를 치유하는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남들에게 하기 어려운 마음 속 고민들을 글로 풀어내면 생각도 정리되고 차분해지기도 하고요.



대학 진학 후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셨는데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체제에 잘 순응하는 스타일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웃음). 소속된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강했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집합체라 서로 포용도 잘 해주었죠. 학교방송국 면접도 보러 갔었는데 학보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어요. 되려 화려한 방송국보다는 구수한 이미지의 학보사가 저와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써야만 하는 글에 대한 압박, 혹은 글(기사)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대학신문 누가 보겠어 했는데, 기사 잘 봤다는 말도 듣고 타 언론에서 인용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책임감도 느꼈죠. 무엇보다 바이라인에 이름 석 자 남기는 게 정말 좋았어요. 그리고 압박을 느낄 때엔 교수님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학보사에서 학술부장을 역임했는데, 주로 교수님들을 많이 취재했죠. 인문 철학에서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넓고 깊은 학문의 세계를 조명하고 글로 풀어낼 때 어려움을 많이 느꼈는데 그럴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데이지님을 보면 기자는 전투적이라는 선입견이 깨지는 것 같아요.

모범생으로 사는 게 편했던 것 같아요. 노는 것도 재능인데, 제 적성엔 안 맞았던 것 같아요. 멍석을 깔아주면 좀 불편하다고 할까요. 잘 노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했겠지만, 저는 저대로 글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놀이이자 휴식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학보사, 특히 학술부장은 저와 참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작 글보다는 숫자와 가까운 금융권에 몸을 담게 되었죠?

한 언론사의 논문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게 계기가 되었어요. 박사급이나 연구원들이 많이 지원한 가운데 수상한 터라 의미도 남달랐죠. 그게 계기가 되어 대기업 인턴을 거쳐 외국계 은행에 지원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면접 과정이 참 재미있었어요.




#. 면접, 인생의 처음이자 가장 큰 반항(?)


엄격 근엄 진지한 면접이 재미있었다? 모범생 인생에서 첫 반항이라도 한 것 같은데요.

금융권이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지원자 대부분이 흰 블라우스에 검정 스커트를 입고 판에 박힌 모습으로 면접장에 와요. 그에 비해 전 샤방샤방한 옷을 입고 갔었죠. 처음엔 면접장을 잘못 찾아간 줄 알았어요. 사람들의 시선은 덤이었죠. 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면접 경험 쌓는다는 기분으로 임하자, 최대한 즐겁게 하고 가자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오히려 득이 되었던 것 같아요. 외국계 회사다보니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회사 동기들은 군대 후임같다고도 하고, 잘 아는 사람들은 4차원 같다고도 해요.



취업 후엔 프로배움러로 살고 있죠? 대학원에 MBA, 꽃꽂이에서 퀼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배움을 추구하셨는데요.

글자보다 숫자와 더 가깝게 지낸다고 스스로 채찍질을 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배움의 길을 걷다 보면 그 과정 속에 깨달음 얻는 포인트들이 있어요. 그게 곧 글감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예를 들어, MBA 수업 첫 날 자기소개 시간에 대부분 회사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건지 ‘회사’에 방점이 찍힌 소개를 하더라고요. 전 전혀 다르게 준비해서 ‘튀는’ 학생이 되었죠. 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도요. 그런 것들이 좋은 글감이 되었어요.



‘꿈’을 소재로 공동 출간 예정인데요, 본인의 진짜 꿈은 무엇인가요? 혹은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꿈’이라는 게 구체적 대상은 아닌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빈곤하지 않게, 남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면서 그저 즐겁게 사는 거죠.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제 글을 읽고 위안과 감동을 받으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아요. 그게 바로 꿈이죠.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제 글을 보고 그 사람이 선한 마음이 들게 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어요. 선한 영향력 미치는 글을 쓰고 싶어요.




Copyright(C) Aug. 2018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여행: 1. 낯선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