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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Oct 01. 2018

연예기사로 정치 이슈 덮기, 사실일까?

과열 취재 경쟁, 자극적 보도... 우연도 쌓이면 필연이 된다


“이번엔 또 뭘 덮으려고 터뜨린 거야?”



톱스타로 떠오르던 남녀 연예인 열애설 기사에 달린 베댓(베스트 댓글의 줄임말, 네티즌 추천이나 좋아요 수가 많은 댓글)이다.



연예기사, 특히 청춘스타들의 열애 소식이나 비밀 데이트를 포착한 파파라치 사진, 결혼 및 이혼, 마약 파문 등 파급력이 큰 기사에선 위와 같은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치권, 특히 집권 세력이 자신들의 실정이나 과오를 덮기 위해, 혹은 골머리를 썩는 일에 국민적 관심이 모일 때 이를 분산시키기 위해 연예기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연예기사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일까? 연예기사로 정치이슈를 덮는 것이 효과는 있을까? 연예기사는 정권의 위기 때 더 잘 팔릴까?



명쾌한 대답을 기대했던 분들에게 실망스러운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정리하자면, 과거엔 어느 정도 의도성을 가지고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크고, 최근엔 정권에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연예기사가 가진 파급력으로 인해 그런 효과를 보는 것이라는 게 타당할 것 같다.



과거 독재정권, 권위주의 정부 시절 실제로 ‘보도지침’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신문이 배달되기 전, 방송이 나가기 전 정부 관계자가 사전검열을 했다. 아울러 재야인사는 물론 민간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지던 시절이라 톱스타들에 대한 동정 역시 정치권에서 알고 있었을 확률도 높다.



또한, 마약이나 도박 사건의 경우 검찰에서 비밀리에 수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당시 정권에서 검경도 컨트롤 한만큼 연예인 관련 사건사고도 정권의 레이더망에 포착될 확률이 높았다. 수사는 진행하되 묵혔다 적절할 때 이용하는 것. 어찌됐건 여러모로 정권이 앞장서서 기사에 개입하고 언론을 입맛대로 요리할 여지는 많았다.



하지만 민주화가 이뤄지고 정권 교체도 몇 차례 진행된 요즘엔 예전처럼 정권이 대놓고 언론 매체를 쥐고 흔들기는 어렵다. 감시의 눈도 많아졌고, 국민들 눈높이도 높아졌다. 또한, 정치이슈가 인터넷 SNS 등을 타고 실시간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이를 덮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언론 매체 스스로 정권과 결탁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매체가 집권여당인 A당과 결탁해 연예 특종 ‘소스’를 제공받고, 정부와 A당의 위기 상황에 특종 기사를 터뜨린다고 가정해보자. 야당인 B당의 눈 밖에 나는 건 자명한 일이다. 특히 정권 교체 후 B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아찔한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네티즌들이 제기하는 연예기사로 정치이슈 덮기 의혹은 지나친 해석일까?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 요즘 연예이슈가 불거지면 해당 연예인의 이름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고 포털 주요 뉴스로 게재되면서 정치이슈가 밀리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연예계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고, 개성 강한 인물들이 많다보니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다시 말하자면, 정치적으로 시끄러울 때도 조용할 때도 연예계는 늘 시끄러웠다. 연예계에서 굵직한 기사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 그것도 그들의 사랑과 결별, 사회적 물의를 담은 기사니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정권의 개입 여부와 관계없이 연예기사가 가진 그 속성만으로도 다른 이슈를 덮어버리기에 충분하다.



다만 조회 수를 위해 오얏나무 아래에서도 서슴지 않고 갓끈을 고쳐 메는 기자들이 이런 의혹을 키웠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기사 조회 수와 포털사이트 연예섹션 메인 게재가 매체 최대 목표가 되다 보니 취재 경쟁은 과열되었고, 외설스러운 내용과 파파라치 사진(해당 언론사는 파파라치라는 단어를 부정하지만, 연예인 동의 없는 도촬임은 부정할 수 없다)까지 등장할 정도로 자극적인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정치적 이슈가 있을 경우 정치 기사와 연예 기사의 배치, 물리적인 양 등에서 차이를 보이면서 포털사이트도 이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일부 네티즌들도 문제다. 연예기사로 정치이슈를 덮는다고 비난하지만, 정작 연예기사를 소비하는 것도 네티즌들이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SNS에 기사를 퍼 나르며 연예이슈를 확대 재생산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예기사로 정치이슈를 덮는 행위는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래 지속하기는 힘들다. 연예기사는 내가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한 ‘남의 일’인 만큼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예 특종기사가 터지면 기존 정치이슈가 잊혀 지는데 있다.



그렇기에 독자, 네티즌들이 꾸준히 정치이슈의 추이를 지켜보고 감시하며 이슈가 식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연예기자들도 오히려 정치이슈가 없을 때 연예 특종기사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경쟁이 과열될 대로 과열된 지금 연예매체들과 기자들의 변화를 바라기는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의도성이 없더라도 우연이 쌓이면 필연이 된다. 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오직 기자들 자신이다.




Copyright(C) Oct. 2018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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