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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Nov 26. 2018

왜 연예기사엔 [단독]이 넘쳐날까?

단독 인플레이션 초래한 연예 언론과 기자들 


[단독] 톱스타 A, 동료배우 B와 열애 중

[단독] 아이돌스타 C, 드라마 ㅇㅇ에 캐스팅 물망



연예기사를 보다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것, 바로 제목에 [단독]을 단 기사들이다. 단독 기사는 말 그대로 타 매체에서 취재하지 못한 내용을 해당 매체에서 독점으로 취재해 독자들에게 공개한다는 의미다. 언론에서 단독의 다른 말은 특종이기도 하다. 특종은 사전에서 ‘어떤 특정한 신문사나 잡지사에서만 얻은 중요한 기사’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처럼 귀하 디 귀한(?) 단독특종기사(이하 단독). 하지만 포털 연예 섹션을 보면 [단독] 기사가 넘쳐난다. 연예계가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사는 스타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임을 감안해도, 연예 단독은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 등 타 섹션에 비해 유독 많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단독이 올라오고 포털 연예 섹션 상단을 장식한다.



그렇다면 왜 유독 연예 기사에 단독이 많을 것일까? 연예계는 타 분야에 비해 단독이 될 만한 사건이 월등히 많이 일어나는 곳일까? 아니라면 단독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많은 단독은 모두 단독이 맞긴 한 걸까?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한다면 ‘단독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하고 싶다. 연예계를 잘 모르는 평범한 독자들이 ‘이런 것도 [단독]을 달아?’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독이 넘쳐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각 언론사마다 연예부가 트래픽(조회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포털과 SNS에서 연예이슈가 주목을 많이 받고 연예인과 관련된 키워드가 늘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는 만큼, 대부분의 언론사에서는 연예기사를 이용해 트래픽을 높인다.



특히 단독은 포털 연예섹션 메인 등 소위 ‘몫 좋은 곳’에 걸리기 때문에 클릭을 유도하기 용이하고, 이는 트래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실제로, 포털 뉴스편집자들도 단독을 메인 에 잘 걸어주는 경우가 많다. 언론사가 단독이라고 주장하는데 포털이 그 진위를 두고 가치판단을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단독이라고 주장한 만큼 해당 언론사의 판단을 존중해준다는 의미도 있다. 포털에서는 뒤집기 기사가 나오면 최초 단독 기사를 내리고 뒤집은 기사를 메인으로 올리면 그만이다.(단독 기사 뒤집기는 뒤에서 다시 언급) 포털은 굳이 나서서 이게 진짜 단독일까 아닐까 판단할 필요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열애, 결별, 이혼, 각종 사건사고 등 클래식한 단독뿐만 아니라 과거 단독 취급하지 않았던 캐스팅 기사에도 단독이 붙는다. 과거엔 연예 기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 예를 들어 단독 취급 하지 않았던 배우들의 드라마, 영화 캐스팅 소식도 이젠 [단독]이 붙는다. 캐스팅이 확정인 경우는 그나마 낫다. 캐스팅 물망에만 올라도 단독이 붙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우가 작품에 출연할 지 말지 정해진 것이 없는데도 무려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게재된다.



단독의 세분화(?)도 단독 남발의 원흉이다. 예를 들어 연예인 결혼의 경우 최초 보도는 단독이 맞다. 하지만 결혼 소식과 대상까지 단독을 통해 이미 모두 공개되었는데, 결혼식 날짜와 장소가 나왔다고 추후 타 언론사에서 추가로 별도 단독 기사를 낸다. 임신 단독의 경우도 이미 단독 기사가 나왔는데 추후 출산을 하면 다시 당당하게 단독 타이틀을 단 기사가 또 나온다.



앞에 언급한대로 단독을 뒤집는 기사에도 단독이 달린다. 최초 단독이 오보일 경우는 당연히 내용을 뒤집고 바로잡는 기사를 써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자의 의무다. 하지만 최초 단독 보도 내용이 맞지만 소위 ‘물먹은’ 매체에서 최초 보도를 뒤집고 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열애설이나 결별설의 경우 당사자의 사생활 노출, 본인 이미지, CF 계약 위약금 문제와도 직결되는 문제라 딱 부러진 대답보다는 ‘사귀는 건 아니지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알아가는 단계’ 등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낙종한 매체에서 그 틈을 파고들어 뒤집는 기사를 쓴다. 본인들의 구겨진 자존심도 어느 정도 회복하고, 타사 단독에 빼앗겼던 포털 연예섹션 메인 고지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에서도 최초 단독 기사를 게재한 매체를 제외한 모든 언론사에서 일제히 뒤집거나 반박하는 기사를 내면 반박 기사를 메인에 걸어준다. 물론 이 ‘반까이’(일본어로 만회. 언론계에서는 물 먹은 뒤 만회하거나 뒤집는 기사를 쓰는 행위를 반까이라고 일컫는다) 기사에도 어김없이 [단독]이 붙는다.



연예인들과 소속사도 일부 연예 매체의 ‘반까이 정신’을 악용하기도 한다. 열애나 결혼이 사실인데도 일단 부인하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기사 뒤집기의 속성을 이용하는 경우다. 연예인은 언론 플레이를 하고, 낙종한 매체들은 ‘반까이’를 해서 판을 뒤집으며 포털메인을 차지하고 타 언론사의 특종에 흠집을 내며 공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독이 남발되다 보니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종종 발생한다. 투병 중이거나 생명이 위중한 연예인의 경우, 타 매체보다 한 발 앞서 단독을 하기 위해 멀쩡히 살아있는 연예인을 고인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연예 언론이 연예인의 가십을 다룰 수밖에 없다고 해도 지금의 단독 전쟁은 도를 넘었다. 남발되는 [단독]에 독자들은 이미 수차례 낚였다. 이제 연예 언론은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진짜 특종을 담은 단독이 나온다고 해도 독자들은 수많은 그렇고 그런 [단독]으로 취급할 가능성이 높다.



연예 언론과 기자들이 초래한 단독 인플레이션. 그 피해는 진짜 단독 특종을 위해 땀 흘린 기자와 해당 언론사에게 돌아갈 것이다.




Copyright(C) Nov.2018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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