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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Dec 04. 2018

한국에서 연예저널리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돈vs저널리즘 구도 만든 연예매체들... 사실상 답정너 상황


“야, 요즘은 정말 아무나 다 기자하는구나”(연예인 인스타그램을 엿본 뒤 ‘근황’이라고 가공한 연예기사 댓글)


“선배, 정말 언제까지 ‘기레기’ 소리를 듣고 살아야할까요? 정말 자괴감이 들어요”(연예매체 5년차 기자)




‘대한민국 연예매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진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예매체들과 기자들이 작성해 온 기사들의 면면을 보면 좋은 이미지를 찾으려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 가십거리 양산, 논란을 위한 논란, 파파라치 취재로 인한 연예인 사생활 침해, 연예인 SNS 관음, 실검(포털 실시간 검색어) 기사 양산, 핫 이슈 등장 시 비슷비슷한 복제 기사 남발, 오탈자 비문 등 기본도 안 된 기사들...



현재 대한민국 연예매체들과 기자들의 민낯이다. ‘기레기’라는 단어 등장에 연예기자들이 상당부분 기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연예매체와 연예기자들이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는 없는 것일까? 그냥 ‘딴따라 기자’라는 비아냥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만족하며 살아야 할까? 아니면 자괴감으로 커리어를 쌓다 염증을 느끼고 떠나는 직업으로 계속 남아야 하나? 연예기사는 정녕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멀기만 한 것일까?



연예저널리즘은 가십성 일회성 보도, 베끼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보도를 배제하고 연예계를 산업적으로 문화적으로 접근해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추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예 팬덤이나 트렌드에 대한 단순보도 대신 기획과 분석, 꼼꼼한 취재 행위도 포함될 것이다.



다만, 연예저널리즘 추구에 있어 중요한 변수는 연예부가 트래픽(조회수) 전초기지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연예매체는 연예기사를 그저 트래픽(조회수)을 올리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좋은 기사가 반드시 조회 수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층 기획 기사는 포털 메인에 잘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단독 발굴 기사는 포털 메인에 걸리지만 그나마도 포털 인 링크라 언론사 트래픽으로 이어지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실검(실시간 검색어)을 키워드 삼아 쓴 기사가 조회 수 효자 노릇을 한다. 포털 메인 첫 화면에서 실검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 목록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클릭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정적인 낚시성 기사 역시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클릭을 유도한다.



기사의 질은 형편없지만 조회 수가 보장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결국 연예매체들은 기사의 질과 양을 다 잡는 고민대신 망가지더라도 양(트래픽)을 잡는 쪽을 택했다. 일단 연예기사를 통해 해당 매체 홈페이지로 들어오면, 정치 경제 사회 등 타 분야 기사가 2차로 노출되며 추가로 트래픽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트래픽이 올라가면 해당매체는 ‘독자들이 많이 찾는 일등언론이자 정론지’ 코스프레를 할 수 있게 된다. 매체 이미지 제고에도 좋고 사람들에게 노출이 많이 되는 만큼 광고 영업과 수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연예기사는 자사 매체 홈페이지로 끌고 오는 유인물이자 삐끼로 전락했다.



물론, 대부분의 연예매체가 옐로우 저널리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일부 매체에서 연예 저널리즘에 대한 시도, 연예기사의 고퀄러티화를 지향하며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인 적도 있었다. 트래픽이라는 좋은 영업수단을 과감히 포기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돈 앞에 장사는 없었다. 트래픽을 포기한 대신 다른 쪽으로 수익에 대한 활로를 모색해야 했지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예매체는 규모가 작다. 그렇기에, 사주나 데스크가 사비를 털어 매체를 만들고 운영하거나, 아니면 외부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적자를 감수하고 연예저널리즘을 위해 매체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매체의 적자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아니, 돈이 되지 않는 매체엔 애초에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국 돈이라는 장벽 앞에 막혀 연예저널리즘의 실현은 어려워졌다. 의미 있는 시도를 한 매체들 중 상당수는 경영난에 허덕였고, 일부 매체는 투자자를 잡아 금전적인 위기는 넘겼으나 투자자의 눈치를 보고 투자자 입맛에 맞는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018년 말, 대한민국 언론계는 벼랑 끝에 서있다. ‘기레기’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은 기자와 언론에 등을 돌렸고 광고시장은 경제 한파로 얼어붙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대라 인쇄매체 구독자도 줄었다. 하물며 방송사나 종합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연예매체는 더 어렵다. 고사 직전인 매체가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더 큰 문제는 힘들지만 제대로 된 기사, 제대로 된 매체의 모습을 갖춰 주목을 받은 후 인지도와 신뢰를 얻고 그걸 바탕으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좋은 기사와 수익은 애초에 양립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눈앞에서 바로 트래픽을 올릴 기회가 있더라도 연예매체들이 대승적으로 옐로우 저널리즘을 지양하기로 합의하고, 기사와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깊은 고민대신 쉽고 빠른 옐로우 저널리즘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연예매체들은 ‘연예저널리즘을 포기하고 트래픽을 바짝 올려 수익 추구하기 vs 적자 걱정 없이 투자를 넉넉히 받아 연예저널리즘 추구하기’로 선택지를 스스로 좁혀버렸다. 앞서 언급한대로 후자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실상 ‘답정너’ 상황이다. 이에 대부분의 연예매체는 전자 즉 ‘연예저널리즘을 포기하고 트래픽 올리기를 하는 곳’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연예저널리즘은 대한민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연예매체 기자들이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는 날은 올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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