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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Dec 19. 2018

故 김주혁이 연예 언론에 남긴 메시지

사망 1주기, 연예 매체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사진출처: tvN 드라마 '아르곤' 홈페이지 캡처



이 글은 기자시절, 배우 김주혁 씨 사망 당시 작성했던 [기자수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답은 현장에 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배우 고(故) 김주혁. 사고 직전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아르곤’은 그의 유작이 되어버렸다. 극 중 김주혁은 탐사보도팀 ‘아르곤’의 수장이자 정직한 보도를 추구하는 팩트 제일주의자 김백진 역을 맡았고, “답은 현장에 있다”고 후배들을 독려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김주혁이 연기한 김백진은 압박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 소신을 지켰고, 극 후반부에서는 과거 자신의 오보를 인정하고 물러나는 정직하고 청렴결백한 인물이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김주혁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그건 단지 생전 그의 마지막 연기 투혼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그 찬사는 우리 언론계에 몇 안 되는, 그래서 시청자들이 바라는 기자상을 향한 찬사였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남긴 마지막 캐릭터 김백진과 그의 죽음을 보도하는 우리 연예 매체들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지난 해 그의 교통사고 사망 직후,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 후인 지금 연예 매체들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아쉽지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아니, 그의 사망 기사를 다루면서 연예 매체들은 좋지 않은 쪽으로 더욱 진화한 것 같다.



지난 해 그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 이후, 연예 매체에서는 앞 다퉈 그의 죽음과 관련된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과거 여러 연예인들의 사망 사건을 통해 언론매체들의 과열 경쟁이 문제점으로 대두되었고, 이후 언론매체들은 과열 경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일부 매체에서는 여전히 ‘사망’보다 ‘트래픽(조회 수)’에 방점이 찍혔다. 연예 매체들은 ‘김주혁 사망’을 두고 앞에서는 좋은 배우를 잃었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뒤에서는 트래픽을 올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스’를 만나 반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트래픽 상승으로 고무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최대한 ‘빨리’, ‘많은’ 기사를 작성해 이런 ‘상승세’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김주혁 사망과 관련해서 공식적인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교통사고 원인도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에서도 연예 매체들은 온갖 추측성 기사들을 쏟아냈다.



부검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사인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고, 경찰 조사 결과와 자동차 전문가들의 분석 등이 나온 이후 사고 원인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야 했지만, 연예 매체들은 그 며칠을 기다리지 못했다. 김주혁이라는 실시간 핫 키워드가 식기 전 최대한 트래픽을 끌어올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기사, 아님 말고 식의 기사도 넘쳐났고 그런 기사를 어뷰징(베끼기) 하는 기사들도 등장했다.



그렇게 저마다 쏟아내는 추측성 기사로 인해 가장 조명되어야 할 고인에 대한 애도와 안녕, 그가 남기고 간 발자취는 뒷전으로 밀렸다. 결국 김주혁의 소속사는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연예 매체에 대한 시선 역시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곱지 않은 시선은 김주혁 사망 한참 뒤에도 이어졌다. 김주혁을 향했던 도를 넘은 취재 행태가 김주혁의 연인이자 동료배우 이유영에게 옮겨갔기 때문이다. 일부 연예 매체들은 김주혁 사망 당시 슬픔 속에 잠겨 있는 이유영의 심경을 묻기 위해 취재를 감행하는가 하면, 이유영의 SNS를 찾아 기사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해를 넘긴 올 봄 마음을 추스른 이유영이 활동을 재개했다. 영화촬영을 마치고 시사회를 통해 대중들 앞에 선 이유영에게 연예 매체들은 ‘연인의 사망 이후 어떻게 지냈느냐’, ‘그간 심경이 어떻냐’는 질문을 던졌다. 시사회 취재 기자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영화와는 전혀 관련 없는 질문이었다. 오히려 그런 무례한 질문에도 의연하게 대처한 이유영을 향해 사람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시사회에서의 해프닝을 두고 네티즌들은 물론 연예 언론계 내부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시사회 이후 이유영의 후속작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관계자들이 김주혁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했다. 그렇게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난 뒤에야 연예 매체들은 정신을 차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김주혁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된 지난 10월, 연예 매체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른 채 지인들의 가슴속에 조용히 묻힌 김주혁을 다시 소환했다. 사고 당시만큼 기사 거리가 없어서였을까, 연예 매체들은 그의 1주기에 뒤늦은 애도 기사를 올렸다. 그 와중에도 일부 매체는 10월말에 사망한 그를 억지로 ‘11월 연예계 괴담’ 카테고리에 넣었다.



여러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비보를 거듭 접하면서도 좀처럼 답을 찾고 있지 못하고 있는 연예 매체들. 그래서 유작 속 김주혁의 외침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답은 현장에 있다”




Copyright(C) Dec.2018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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