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SNS 관음 기사가 불러온 희대의 만우절 해프닝
2020년 만우절. 가벼운 거짓말로 유쾌하게 속고 속이는 이 날,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 벌어졌다. 가수 겸 배우 김재중이 자신의 SNS에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고 만우절 거짓말을 하다 논란을 빚은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아니 전 세계는 연일 코로나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엄청난 헌신과 노력을 감안한다면, 코로나로 인해 더욱 살기 퍽퍽해진 서민들을 생각한다면, 김재중의 업로드는 대단히 부적절했다.
특히 영국 총리와 황태자가 코로나에 감염되고, 스페인 공주와 일본 인기 개그맨이 코로나 확진 후 사망하는 등 유명인사들의 코로나 감염은 우리에게 더욱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재중은 그저 가벼운 장난으로 생각했겠지만, 유명 연예인인만큼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그런데 이번 만우절 해프닝이 더욱 씁씁하게 와닿는 건 인기 연예인의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김재중의 장난에 낚여 ‘김재중 코로나 감염’이라는 오보를 쏟아낸 연예 매체와 기자들 때문이다.
물론, 김재중 공식 계정에 본인 스스로 ‘코로나 감염’이라고 밝혔으니 기자들은 낚일만했다고 자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경쟁매체보다 더 빨리 쓰기, 더 많이 쓰기에만 치중해 온 연예 매체들과 기자들의 민낯이 ‘김재중 떡밥’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나버렸다.
김재중의 코로나 확진은 큰 뉴스다. 반드시 다뤄야할 사안이다.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전제가 따른다. 김재중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 것이 사실일 경우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을 뒤흔들만한 뉴스거리라 하더라도 기자들은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은 했어야 했다.
‘김재중이 코로나에 감염되었다는데, 현재 김재중측에서는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하더라’라는 기사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조회수를 쫙쫙 올려줄 ‘스타+코로나’ 두 단어가 조합된 사건이 나왔으니, 그 유혹을 이겨낼 연예매체와 기자들은 없었다. 물들어올 때 노젓는 것처럼 기자들은 최소한의 취재와 사실관계 확인 없이 빨리빨리, 많이많이 기사를 쏟아냈다.
조회수가 높아야 열독률 1위의 정론지 코스프레를 할 수 있고, 광고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각 매체들이 무차별 속보경쟁을 하고, 질낮은 기사를 수없이 양산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즉각 반영하는 실시간 검색어는 조회수 올리기에 좋다. 그런 만큼 거의 모든 매체에서는 실시간 검색어를 이용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다.
그리고 실시간 검색어만큼 조회 수 효자노릇을 하는 게 바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다. 이에 연예 매체의 기자들은 연예인의 SNS를 ‘관음’해서 다양한 기사를 만들어낸다. ‘걸그룹 스타 A양, 환상적인 비키니 몸매 과시’, ‘B군과 C양, 꽁냥꽁냥 데이트 현장 발견, 무슨 일?’ 따위의 기사들말이다. 물론 이 기사들은 연예인 본인 동의를 구하지 않은 기사들이다.
현재, 김재중 코로나 감염은 만우절 거짓말이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며, 모든 비난은 김재중에게 향하고 있다. 물론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잘못은 김재중 자신에게 있지만 이를 확대시키고 증폭시킨 연예매체와 기자들 책임도 크다. 대중들은 ‘김재중 코로나 감염설’을 김재중 SNS보다 연예매체 기사를 통해 훨씬 더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김재중은 ‘만우절이라고 해도 절대 해서는 안되는 거짓말’, ‘스타들은 왜 자신의 영향력을 의식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등의 교훈을 남겼다. 아울러 속보경쟁, 사실관계 확인 없는 취재, SNS 관음이라는 연예매체와 기자들의 민낯도 제대로 드러났다. 대형 사고를 친 김재중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그런데 ‘2020년 만우절 해프닝’에 가담한 연예매체와 기자들의 반성과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예매체와 기자들은 오보 생산 및 확산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반성 없이 김재중 비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불과 몇 시간 전 ‘김재중 코로나 감염’ 기사를 쏟아내듯이 말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연예매체들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기자들은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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