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쌍관 한 문장’을 시작하며
“그래, 쓴다 써!”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300일이 지났어요. 블라블라.. (후략)’
브런치에서는 활동이 뜸한 작가들을 향해 독려의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보내는 데, 300일이면 이런 메시지를 받고도 그냥 넘긴게 열 차례나 된다는 것이었다.
한 술 더 떠 며칠 뒤 브런치는 ‘작가님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오늘은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차분하게 글로 정리하는 브런치 타임을 가져보세요’라는 메시지까지 보냈다. 읍소로도 안 되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포자기하듯 건네는 말같았다. 브런치가 새 글을 재촉하자 마음속으로 ’그래, 쓴다 써!‘라며 짜증을 내보기도 했다.
요즘 브런치와의 관계는 잠시 소원해졌지만, 글과의 인연의 끈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 현직 작가로서 글쓰기의 기쁨과 보람을 잘 알기에, 이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처와 수강생이 점점 늘어나면서 작가보다는 강사에 방점이 찍힌 삶을 살고 있었다.
문화센터 세 업체 여덟 개 지점의 정규 강의와 국공립 도서관 특강 등 바쁜 스케줄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기도 했다. 지도 중인 수강생들이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고 꾸준히 글을 작성하면 이를 피드백하면서 소통하는 즐거움이었다. 수강생들의 글쓰기 습관이 정착되고 필력이 향상되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보람도 커졌다.
매 주 한 편씩 내주는 글쓰기 과제를 성실히 이행하고 피드백을 반영한 글들을 모아 브런치 작가에 합격한 수강생도 있었다. 내가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던 순간보다 더 기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도 일부 수강생의 공모전 응모를 지도하고 있으며, 컴맹인 시니어 수강생들에게 ‘최고령 브런치 작가’ 타이틀을 선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타인을 통해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는 동안 정작 나는 내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서 타인에게 글쓰기의 즐거움에 대해 강의하는 것도 어불성설이자 내로남불이었다.
그래서 일 년여만에 다시 브런치로 돌어왔다. 잔소리처럼 느껴지던 브런치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니 따끔한 일침으로 다가왔다. 그래, 귀찮아서가 아니라 정곡을 제대로 찔려서 이 메시지를 외면해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자극을 받아 다행이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던 매거진을 만들고 연재를 이어나갈 때가 왔다. 그 결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는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를 강조하는 대리운전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광고도 브런치가 나를 위해 만든 광고같았다.
결심이 섰을 때 실행으로 옮기려 한다. 그리고 새로운 매거진의 첫 글을 게재하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그래, 쓴다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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