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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May 28. 2023

제 MBTI는 DOLI입니다

MBTI 회피하던 나, 이제는 당당히 마주하련다

‘제 MBTI는 DOLI입니다’     


속으로 이렇게 대답하고 싶었다. 지인과 함께 재미있는 영상을 보았는데, 영상 속 캐릭터들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지인은 ‘혹시 T세요? 공감하면 되지 왜 분석을 하세요?’라고 반문했다. 분석할 생각도 없었고, 되려 분석보다는 지인과 공감하고자 했던 얘기일뿐인데 졸지에 T가 되었다. 그런데 난 MBTI엔 도통 관심이 없다. 그래서 내가 T인지도 모르겠고, T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MBTI. Myers 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성격유형검사 종류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부터 크게 유행하고 있으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수단’, ‘누군가를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MBTI 이전엔 혈액형별 성격유형이 크게 유행했었다. A형은 소심해서 말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이고, O형은 제 멋대로인 사람으로 규정되었다. B형인 나는내가 누구인지 설명할 겨를도 없이 바람둥이이자 즉흥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혈액형과 그 사람의 성품을 규정할만한 어떠한 과학적인 발견도, 인과관계를 증명할 단서도 없었지만 혈액형별 성격 유형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참고: B주류이고픈 B형 남자)   


다행히도 혈액형별 성격 유형은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났다. 그런데 혈액형이 떠난 빈 자리를 MBTI가 채우고 있다. 물론 아무 근거 없는 혈액형별 성격 유형에 비해 MBTI는 과학적이다. 심리학자 융의이론을 바탕으로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체계화시킨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 역시 한 사람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MBTI 결과를 통해 그 사람의 성향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MBTI 열풍이 불면서 이 이론은 한 개인을 설명하는 절대적인 이론이 되어버렸다. MBTI 열풍과 함께 또 다른 편견과 선입견의 싹도 자라나고 있었다.     


'절대 사귀면 안 되는 B형 남자'라는 편견에서 겨우 벗어나니, 또 다른 괴물이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MBTI에 대해 묘한 반감이 들었다. MBTI를 한 때의 놀이문화로 소비하고 오남용 하는 사람들이 싫었다. MBTI가 유행한 지 몇 년이나 흘렀지만 난 한 번도 MBTI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한동안 MBTI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모른다’고 대답했고, 왜 모르냐고 질문을 이어가는 사람들에겐 ‘알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대답을 하고 나면 그들은 나를 ‘돌+아이(DOL+I)’ 보듯 했다. 그러면 난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라도 된 듯 당황했고, 황급히 대화 주제를 전환하곤 했다.     


하지만 이젠 당당해지려고 한다. MBTI를 모르는 게 죄는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이젠 그 질문에 대답하고자 한다. 아니, 좀 더 당당해지고자 한다.

     

‘제 MBTI는 DOLI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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