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야, 육아를 하러 왔구나
흔히들 직장생활을 쳇바퀴 같은 삶이라고 표현한다. 출퇴근의 지루한 무한반복은 마치 닥터 스트레인지의 거래에 사로잡힌 도르마무 마냥 고통스럽다. 휴직을 결심하며 휴직기간 동안 잠깐이나마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웬걸, 휴직자의 삶도 그에 못지않은 반복의 연속이다. 깨우고 먹이고 놀고 씻기고 재우면 하루가 간다. 눈을 뜨면 도은이가 붕 날아와 말한다. “애비야, 육아를 하러 왔구나.”
그럼에도 출퇴근의 삶과 분명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도은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딱 하나 달라지고 있는 것이 바로 도은이다. 도은이가 커가고,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도은이를 목격하고, 오늘과 다를 내일의 도은이를 기대하며 기꺼이 반복이라는 거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할머니(우리 엄마)와 만난 오늘도 도은이가 그새 또 자랐구나, 느낀 하루였다. 예전 같으면 할머니 집에서 한 시간이 넘어갈 즈음 “집에 가고 싶다, 쪽쪽이를 내놔라” 등등 울며불며 땡깡을 부렸어야 하는데, 오늘은 대화와 설득이라는 것이 통하기 시작했다. 나가서 놀이터에서 좀 놀다 오자, 우리 집에서는 안 해본 건데 이걸 한번 해보자, 하니 제 딴에 납득이 되었는지 나가서 놀다 오고,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보고 만지고 하며 세 시간을 큰 짜증 없이 재미나게 보냈다.
매일 보는 나와 아내도 그새 더 컸다는 걸 느낄 정도니, 가끔 만나는 할머니는 오죽했겠는가. 어린이가 다 됐다며 연신 감탄하는 할머니에게 도은이는 끝까지 안기지 않으며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할머니를 만나고 오면 언제나 양손 두둑하게 돌아오는 도은이는, 오늘도 동화책과 빵을 가득 챙겨 돌아오는 차 안에서 “집에 가고 싶다, 쪽쪽이를 내놔라” 울며불며 참았던 짜증을 발산해주시니, 운전대를 잡은 아비는 등짝이 식은땀으로 한껏 젖은 채 엑셀을 연신 밟았다고 한다.
오늘의 도은
- 어린이집을 답사한 도은 : 어른 걸음으로 걸어서 5분 거리인 어린이집에 함께 다녀와보았다. 도은이의 걸음으로 등하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확인하고, 또 등하원을 지연시키는 방해 요소들을 파악하고 최선의 통학 루트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중간에 계단 오르내리기와 개미 관찰 등의 유혹에 이끌려 조금씩 지체되었으나, 그래도 예상보다 빠른 15분 정도만에 어린이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씩 기록이 단축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