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이 된 도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 같은 이유는, 처음 겪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견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익숙한 사건들로만 채워지니, 그만큼 시간도 익숙하게 흘러가리라.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도은이에게도, 그리고 우리에게도 시간이 조금 더디게 흐른 하루였다. 도은이가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등원한 날이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려서, 예행연습으로 몇 차례 걸어서 어린이집까지 가봤던 것들이 무색하게 첫 등원은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부지런한 아내 덕분에 등원 시간인 10시보다 훨씬 이르게 어린이집에 도착했고, 아내가 혼자 도은이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갔다. 당분간은 적응기간이어서 30분만 어린이집에 머무르고, 그 시간 동안 아내가 교실에 함께 있을 수 있다. 차에서 둘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참 더디게 흘렀다. 시간이 좀 지난 것 같아 시계를 보면 겨우 5분이 지나있기를 몇 번 반복하니, 30분이 되었다. 그리고 상기된 모녀가 마침내 주차장에 나타났다.
차에 오르자마자 아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15분을 울었어...” 어린이집 입구에서 이미 울기 시작한 도은이는 교실에 들어가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고 아내의 품에 꼭 안긴 채 내려오지도 않았단다. 선생님은 당황한 아내에게 그냥 도은이와 편하게 놀아주라고 했고, 아내는 매달려있는 도은이를 장난감으로 달래기 시작했고 15분 정도 지나니 울음을 그치고 장난감에 흥미를 보였단다. 그 와중에 다른 아이들이 뉴페이스의 등장에 관심을 보이며 아내와 도은이 곁으로 모여들었고, 졸지에 아내는 일일교사 마냥 아이들과 다 함께 어울려 30분을 놀다 나왔단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선생님은 이만 가보시라며, 아이들과 너무 잘 놀아주신 덕에 본인들이 편했다고 인사했다고 한다. 뭐, 아내가 평소에 도은이와 노는 걸 떠올리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긴 하다. 그리고 어쨌든 15분 만에 울음을 그치고 흥미를 보이는 걸 보니, 적응을 아주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하셨단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도은이의 잔뜩 상기된 얼굴과 아직도 촉촉한 눈가를 보니 괜스레 안쓰러운 마음만 들었다.
사실 어린이집은 부모가 편하자고 보내는 게 크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성을 기르고, 집에서 부모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채워주는 것도 있겠으나, 잠시나마 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함이 꽤나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아내는 어린이집 연락을 받고 많이 고민했다. 내가 계속 보내자고 한 것도 있고, 아내도 지금 기회가 왔을 때 보내지 않으면 나중에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보내기로 했지만, 여전히 걱정과 미안함이 한가득이다.
여하간 여러 우여곡절 끝에 오늘 처음으로 도은이는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계속 보내자고 한 건 나지만,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다치지는 않을지, 다른 아이들에게 괜히 기죽어 지내는 건 아닐지, 이제 겨우 30분 갔다 왔는데 머릿속에서는 쓸데없는 나래가 펼쳐졌다. 걱정이 덜어질 줄만 알았는데, 새로운 카테고리의 걱정들이 생긴다. 부모 노릇이 정말 쉽지가 않다.
그렇게 평소보다 조금 긴 하루가 갔다.
오늘의 도은
- 점점 똑똑해지는 도은 : 종종 내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 도은이는, 오늘은 카메라를 켜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소리가 계속 나길래 보니, 어느새 카메라 모드로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덕분에 내 사진첩은 실험적인 사진으로 가득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