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체육활동을 한 도은
도은이는 돌잡이 때 색연필을 잡았다. 빳빳한 신사임당 누님을 도은이의 바로 앞에 위치시켰으나, 도은이는 굳이 가장 멀리 있는 색연필을 잡았더랬다. 나는 도은이가 이 냉혹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배부르게 잘 살기를 기원했으나 도은이는 낭만을 택했고, 나는 그저 도대체 왜 돌잡이 상에 색연필을 두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뿐이었다.
그렇게 돌잡이부터 남다른 예술성을 보이던 도은이를 위해, 오늘은 미술관으로 모셔보았다. 근처 백화점에 어린이미술관이 있어 아내가 전부터 가보고 싶어 했던 터였다. 그다지 크진 않았지만 아이와 함께 둘러보기 좋았고, 중간에 야외 공간이 있어 도은이가 이리저리 뛰며 신나게 잘 놀았다. 거기에 요즘 계단 오르기에 심취해있는 도은이는 미술관 안의 계단을 몇 번이나 왕복했는지 모른다. 미술관에서 미술보다는 체육을 즐긴 것 같지만, 도은이가 즐거웠으면 우리는 그걸로 되었다. 모든 기준이 도은이가 된 우리 가족에게, 도은이가 신났다면 무조건 좋은 거다.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해서일까, 뭔가 그동안 ‘아직 도은이가 어려서...’ 하며 망설였던 일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늘 미술관 방문도 그런 맥락에서 추진했던 건데, 생각한 방식과는 다르게 진행되었지만 좋았으니 되었다. 오늘처럼 도은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우리도 콧바람도 쐬고 말이다.
예술이 별 건가. 도은이만 행복하면 그게 우리 가족에게는 최고의 예술이다.
오늘의 도은
- 어린이집 2일 차 : 어제는 15분이었던 눈물 타임이 1/3로 줄었다. 딱 5분 빡세게 운 도은이는, 여전히 엄마의 품에서 떠나지는 않았으나 어제보다 주변 놀잇감들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나올 때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모기만 한 목소리로 “안녕.” 인사도 했다. 도은이가 첫 사회생활에 적응이라는 것을 조금씩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