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이 되고 싶지 않아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아.
휴직을 앞둔 나에게 아내가 몇 번이고 반복한 말이다. 내가 휴직하는 건 너무 좋지만, 하루 종일 붙어있다 보면 다툴 일이 자주 생길 것 같아 그게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걱정 말라고, 이미 코로나 덕에 재택근무를 많이 하면서 조금은 익숙해지지 않았냐며 나는 아내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하루 종일 붙어있은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 나는 아내와 자주 다툰다.
아내와 나는 육아관이 조금 다르다. 당연히 도은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아내는 지금 도은이 나잇대에는 무조건적인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주의인 반면, 나는 도은이 나이의 아이들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자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양육자는 아내이기에, 아내의 육아관을 따라가고 있다. 다만 그러다 보니 테니스 엘보 같은 육체적 증거에서 알 수 있듯, 아내는 그 보살핌을 위해 본인을 갈아 넣고 있다. 본인의 몸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도은이에게 헌신하는 아내와, 아무리 나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좀 돌보려고 해도 아내한테만 매달리는 도은이를 하루 종일 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반복되는 그런 모습에 종종 짜증이 났다. 참 내가 못난 것이, 그 갈길 잃은 짜증은 항상 옆에 있는 아내를 향했다는 거다. 그게 요즘 우리가 다투는 가장 주된 이유다.
오늘로 아내가 함께 가는 어린이집 적응기간이 끝났다. 내일부터는 입구에서 도은이와 헤어져야 한다. 하지만 집에서도 아내한테만 매달리는 도은이가 어린이집에서는 달랐을 리 없다. 어린이집 선생님마저도 도은이는 적응이 쉽지 않겠다고, 어머니가 고생을 좀 하셔야 할 것 같다고 했단다. 그 얘기를 듣고 온 아내는 한참을 심란해했고, 그 와중에도 아내에게 매달려 찡찡대는 도은이를 보며 나는 또 실언을 뱉고야 말았다. 도은이한테 너무 헌신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냐며, 도은이가 좀 울고 그래도 나나 다른 사람들한테 맡기고 했어야 하지 않냐고 말이다. 지금까지 가장 고생한 사람에게, 고생의 결과 몸이 다 망가진 사람에게, 그 고생의 의미를 내 멋대로 뭉개버리는 말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다툼은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후, 어리석음을 깨달은 나의 사과로 마무리된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런 다툼이 잦아질수록 서로의 마음에 먼지들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걸 알면서도, 비슷한 상황이 되면 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하고야 만다. 아내의 마음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기는 커녕, 오물을 더 끼얹고 있다.
5월 1일 자로 시작한 휴직이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싸우고 싶지 않다는 아내의 소망은 이미 부서져버린 지 오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무책임한 기대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아내가 내 휴직에 대해 걱정할 때마다, “도은이 때문이 아니고 너 돌보려고 휴직하는 거”라고 호언장담했던 나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말은 확실히 거짓말이다.
아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아내가 말이다.
오늘의 도은
- 첫 키즈카페를 경험한 도은 : 날이 너무 더워 도저히 밖에서 놀 수가 없어 키즈카페라는 곳에 도전해보았다. 낯설고 어색한지 도은이가 들어가자마자 나가겠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한 차례 후퇴한 후, 동네 한 바퀴 산책 후 재도전 끝에 키즈카페에 입성할 수 있었다. 자기가 언제 나가자고 했냐는 듯 잘 놀아주어 고마운 마음이 두 배가 되었다. 여름이 오고 있다. 온 동네 키즈카페를 섭렵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