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휴직일기

220601

자아성찰

by 잘코사니
부모가 아이의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자기 내면의 소리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아이의 내면에 귀 기울일 수 있겠는가?
- 세팔리 차바리, <깨어있는 부모> 중


육아휴직 1개월이 지났다. 육아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깨닫기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한데, 나는 오래된 사람이어서 그런지 책으로 공부하는 게 제일 믿음직스럽다. 그래서 위에서 인용한 <깨어있는 부모>를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부의 시기가 조금 일렀다. 책의 내용이 대체로 자녀와의 갈등에 대처하는 부모의 태도에 대한 것이어서, 적어도 학교는 들어간 자녀를 둔 부모에게 더 적합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내 마음에 와닿은 구절이 없지 않았는데, 인용한 저 문구가 그렇다.


도은이와 한 달이 넘게 붙어있다 보니, 종종 도은이를 대하는 내 모습이 참 못나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인용한 저 문장을 읽는데, 두 돌도 되지 않은 아이의 행동에 쉽게 울컥하고, 강하게 제지하는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직 본인의 의사표현을 명확히 할 수 없어, 화나 짜증을 내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도은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뭔지에 귀 기울일 생각이 없는 내 못난 모습 말이다.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때아닌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나란 인간이 원래 자기중심적이었다거나, 종종 무의미한 열등감에 휩싸여 분노를 애꿎은 방향으로 표출하는 못난 놈이었다든가 하는 성찰과 뒤이은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애를 키워봐야 철이 들고 진짜 어른이 된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정말 도은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지금껏 얼마나 이기적으로 살아왔는지 깨닫게 된다. 휴직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여전히 모르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내 못난 모습을 가장 많이 본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아내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오늘의 도은

- 여름이 왔음을 알린 도은 : 닭고기는 영계가 맛있다고 하듯, 피는 아기 피가 맛나나 보다. 간밤에 모기가 있었는지 하마터면 도은이 얼굴 여기저기에 생채기가 났다. 같은 공간에서 잔 두 어른은 거의 피해가 없는 것이, 이 못된 모기 놈이 도은이 피만 쪽쪽 빨아먹었나 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 위해 창고에서 모기장을 꺼냈다. 모기가 윙윙 귓가를 간지럽히니, 바야흐로 여름이었다.

박멸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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