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휴직일기

220603

즐거운 도은

by 잘코사니

2주째 어린이집에 적응 중인 도은이는 여전히 아침마다 눈물 콧물을 쏟는다. 어린이집에 들어설 때부터 울기 시작해 아내와 헤어지는 순간까지 통곡을 한다. 그런 도은이를 떼어놓고 나오는 아내도 어린이집 앞 벤치에서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눈물을 쏟는다. 그래서 아내는 여전히, 도은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아내의 말이 맞다. 도은이만 생각한다면 부모가 다 집에 있는데 굳이 그 어린 나이에 부모와 생이별하며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사실 없다. 다만 도은이가 어린이집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다면 우리가 그만큼 휴식과 나름의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기적인 이유를 부정하긴 어렵다.


이래저래 어린이집 이슈로 아내와 대화도 다툼도 많이 한 끝에, 정 안 되겠으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자고 했다. 그러던 오늘, 역시나 어린이집에 들어서며 울기 시작하는 도은이와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정말 그만 보내야 하나 생각했다. 조금 후 아내가 평소와 달리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나오며, 도은이가 울다가 선생님을 보고 아내 품에서 몸을 틀어 선생님에게 안겼다고 했다. 이런 건 처음이라며, 드디어 조금씩 적응을 하려나 보다며 신나 했다. 30분 후 선생님이 데리고 나온 도은이의 표정이 아주 밝았다. 선생님도 어제까지와 달리 도은이가 친구들에게도 다가갔다며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그 덕분일까. 도은이가 정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보였다. 평소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나를 보고도 아무 이유 없이 빵긋빵긋 웃어주었고, 하루에도 수천 번씩 외치던 “아냐!”도 많이 듣지 못했다. 밥도 잘 먹었고, 평소에는 싫어하던 응가 닦기도 순순히 응해주었다. 이 무슨 마법 같은 하루인지, 아내와 몇 번 눈을 마주치며 의아해했다. 약간의 흥분상태가 지속되었던 탓인지, 밤잠이 좀 늦긴 했지만 이런 무드라면 더 늦게 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튼 여러모로 도은이에게 고마운 하루였다. 스스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 텐데, 오히려 우리에게 이런 행복을 준다.



오늘의 도은

- 바퀴 달린 도은 : 가기 싫어하는 어린이집에 데려가려니 도은이는 절대 걷지를 않는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이내 아내에게 안아달라고 칭얼거린다. 그 덕에 아내는 다시 팔과 허리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예전부터 고민하던 자전거 유모차를 구입했다. 어린 시절부터 통 유모차를 타기 싫어해서 반신반의하며 구입했는데 웬걸, 너무 좋아했다. 오늘 택배가 오자마자 당장 타겠다고 난리다. 아내는 자전거를 밀며, 걷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임을 새삼 느꼈다. 부디 다음 주부터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등원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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