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휴직일기

220604

분노한 도은

by 잘코사니

어제의 행복은 오늘의 슬픔을 배가시키기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 오늘은 정말 역대급으로 도은이가 짜증과 분노를 분출했다. 곱씹어보면 모두 부모인 우리의 잘못이니 할 말은 없다.


잘못 1. 문화센터

도은이는 정말 낯을 많이 가린다. 어린이집을 보내고는 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까 싶어 문화센터를 등록했다. 어린이집처럼 엄마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함께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방식이니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오늘이 문화센터 첫날이었다. 시간에 맞춰 바쁘게 준비를 마치고 도착한 문화센터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도은이는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와 함께 있는 거라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다고 아무리 달래도 막무가내로 나가자고 아우성을 쳤다. 결국 데리고 나와 문 밖에서 다른 친구들 모습을 구경하며 달래 보아도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미 어린이집으로 스트레스가 많은데 굳이 더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아내와의 대화 후 환불을 받았다. 1회분은 제하고 환불받았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섣불리 문화센터 같은 곳에 데려오지 말라는 도은 선생의 가르침 값으로는 크지 않은 액수였다.


잘못 2. 친구 가족 방문

도은이보다 1년 정도 어린 딸을 가진 친구가 집에 놀러 오기로 했다. 터울이 적당해 옷가지들을 물려줄 것도 많고 해서 기다리던 방문이었다. 얼마 전 다른 친구네 집에 갔을 때 도은이가 생각보다 잘 있기도 했고, 심지어 우리 집이니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친구네 가족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도은이는 아내에게 안겨 내려오지 않았다. 친구네 아기는 집안 여기저기를 잘도 기어 다녔고, 그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우리 가족이 손님이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급기야 도은이는 나가자고 성을 냈고, 아내는 그런 도은이를 달래기 위해 나가서 30분을 놀아주고 돌아왔다. 그럼에도 도은이는 낯가림을 풀지 못했고, 친구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두 가지 잘못의 대가는 컸다. 도은이는 정말 하루 종일 짜증을 내고 악을 쓰고 칭얼거렸다. 누구를 탓하랴. 도은이의 컨디션을 생각 못하고 부모의 욕심으로 만든 스케줄 때문인 것을. 아무튼 오늘의 교훈은 분명하다. 어린이집 만으로도 벅찬 도은이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는 것. 이미 그것만으로도 도은이는 정말 많이 애쓰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도은이에게 많이 미안해졌다.



오늘의 도은

- 없다. 심지어 오늘은 사진도 한 장 없다.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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