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이와 데이트
일단 일기가 자꾸 밀린다. 애당초 매일매일 쓰는 건 기대하지도 않았고, 그래도 일주일에 세 번은 쓰자는 다짐으로 시작한 건데, 한 달이 넘어가니 자꾸 건너뛰게 된다. 마음을 다잡고 훗날 일기를 보며 도은이가 이때는 이랬었지, 내 마음은 이랬구나, 할 수 있게 최대한 써봐야겠다.
일단 도은이의 어린이집 적응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주부터 어린이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기존 30분에서 한 시간으로 늘어났다. 주 초반에는 잘 적응하는 듯싶더니, 목요일에는 어린이집 앞에서 통곡을 하며 들어가기 싫어했다. 결국 금요일은 등원 길에서부터 힘들어해 땡땡이를 치기로 했다. 아내는 안 그래도 너무 이르게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든데, 가기 싫어하면 안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 나도 회사 가기가 그렇게 싫은데, 심지어 돈 벌어야 해서 억지로 가야 하는 곳도 아닌데 가기 싫으면 안 가면 그만이다. 다만 언제가 됐건 적응을 하긴 해야 할 텐데, 너무 힘들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도은이도, 아내도.
오늘은 큰 도전을 했다. 도은이를 혼자 데리고 외출을 해보았다. 너무 엄마 껌딱지여서 걱정이 됐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망설이는 아내를 뒤로 하고 일단 저질러보았다. 도은이는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다. 엄마를 찾긴 했지만, 엄마 까까 사러 같이 다녀오자는 말에 알겠다며 얌전히 잘 따라와 주었다. 물론 자전거를 타다가 중간에 자꾸 안아달라고 해서 한 손으로는 도은이를 안고 한 손으로는 자전거를 끄는 체력단련을 하느라 땀이 좀 났지만, 그래도 도은이는 찡찡거리지도 않고 잘 있어주었다. 아내도 놀라며 도은이를 대견하다고 꼭 안아주었고, 도은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 껌딱지로 복귀했다.
아내는 얼마 만에 TV를 소리를 켜고 봤는지, 인물들의 목소리가 더빙 같아서 놀랐다고 했다. 앞으로 종종 혼자 도은이와 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아내에게도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고, TV는 소리가 난다는 사실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어쨌든 도은이는 하루하루 조금씩 더 크고 있는 건 분명하다.
오늘의 도은
- 장난감 가게의 맛을 알게 된 도은 : 정확히는 밀린 일기 덕분에 그제의 도은인데, 처음으로 장난감 가게에 가보았다. 이제 조금 커서 그런지, 주변에 그렇게 많아도 관심이 별로 없던 인형들에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장난감 가게에서도 그 많고 반짝거리고 소리 나는 것들에는 별 관심이 없고, 인형들 앞에서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나저나 요즘 어린이들의 장난감은 우리 때와는 또 달라서, 어른이 봐도 재밌을 것들이 한가득이었다. 아무쪼록 도은이가 장난감 사달라고 드러눕지만 않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