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담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고통을 꺼내 이야기할 때가 있다.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를 조심스럽게 나누곤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혹시, 내 고통에 집착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겪은 아픔이 더 크고, 더 깊다는 마음이
어디선가 자리 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그때 깨달았다.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이라는 사실을.
크고 작음, 길고 짧음, 무겁고 가벼움—
이 모든 것은 바깥에서의 평가일 뿐
고통 그 자체는 그 사람에게 절대적인 감정이다.
누군가의 상처가 나보다 작아 보인다고 해서,
그가 느끼는 아픔이 덜 아픈 것은 아니다.
내 고통이 더 오래됐다고 해서,
그 사람의 현재 고통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감정에 등급을 매기려 한다.
“그건 별일도 아니야.”
“나는 더 힘든 걸 겪었어.”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이런 말들이 너무 쉽게, 무심하게 오간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판단할 자격이 없다.
그저 고통은,
누구에게든,
고통일 뿐이다.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다.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비교하지 않고, 설명하려 하지 않고,
그저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고
조용히 말해주는 것.
그 말 한마디가
어쩌면 그 사람에게
세상이 처음으로 건네는 위로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 역시,
내 고통을 너무 움켜쥐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누구의 아픔이든
있는 그대로,
고통은 그냥 고통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