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따뜻한, 커뮤니티의 풍경

by 엠마


시누이가 맛있는 화덕 피자를 사주겠다며

예전에 살던 마을로 우리를 데려갔다.

그곳은 작은 호수를 중심으로 한 조용한 커뮤니티 마을이었다.

예전에는 이 호수의 소유 문제로 정부와 지역 주민 간에

분쟁이 있었지만, 결국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날도 호수 주변에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돗자리를 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청소년들은 보트를 타며 한여름의 더위를 즐기고,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이들은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한편에는 주말 장터가 열려,

농부들이 직접 수확한 채소와 과일,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을 진열해두고 있었다.


카페 거리에는 테라스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햇살을 벗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하지만 끊이지 않는 그들의 소통 방식은

마치 바이올린 선율처럼 여리고 따스하게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누이는

예전에 살던 아파트의 커뮤니티 센터도 보여주겠다고 했다.

운 좋게 아직 관리인의 퇴근 전이어서

잠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쪽에는 작은 헬스장이 있었고,

다른 공간에는 마치 호텔 로비처럼 잘 정돈된 소파와 그림,

그리고 책장에 꽂힌 몇 권의 책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까 보았던 카페 테라스의 풍경처럼,

이곳에도 그들만의 소통의 결이 느껴졌다.

시끌벅적한 장터의 열기,

잔잔한 호숫가의 여유,

그리고 커뮤니티 센터의 고요한 정갈함까지.


미국이라는 이방의 땅에서

나는 조금씩 그들의 일상 속 문화와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은,

그러나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흐르는 공동체의 풍경.

그 속에서 나 또한 느긋한 숨을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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