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향기 속의 로즈미

by 엠마


로즈미는 베트남 출신의 싱글맘이다. 두 아이와 친정어머니와 함께 작은 집에서 살아가며, 오늘도 미국이라는 낯선 땅 위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녀의 가족들은 이미 오래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러나 로즈미만은 비자 문제로 이 땅을 밟을 수 없었다. 외로움이 길어질 무렵, 친정어머니는 한 남자를 소개해주었다. 그를 통해 마침내 그녀도 미국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박과 술에 물든 남편과의 결혼 생활은 결국 파국을 맞았고,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제는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두 아이를 키우며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내 시누이는 로즈미와 그다지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고 했다.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서 오가는 감정의 미묘한 균열들, 언어와 문화의 차이, 서로 다른 삶의 무게들이 오해를 키우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지금은 절친이 되었다. “참 야무지고 단단한 사람이야,” 시누이는 어느 날 내게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로즈미는 예쁘장한 얼굴에 삶을 굳게 쥐고 있는 손을 가진 여자였다. 싱글맘이자 이방인이라는 이중의 무게 속에서도 그녀는 꺾이지 않고, 단단하고 부지런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미국의 높은 의료비는 늘 그녀의 고민이었고, 그래서 아이들이 10대가 된 지금도 탄산음료 하나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 건강이 먼저예요,” 그녀는 단호하면서도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교외로 나간다. 멀리 나가지는 않아도, 공원 한 구석, 들판 옆 벤치, 어느 조용한 호숫가에서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세상 어디를 가도 엄마 마음은 다 똑같잖아요.” 그 말이 가슴을 울렸다.


그녀의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정성스레 가꾼 화단이었다. 햇빛을 머금은 꽃잎들 사이로, 따뜻한 환대가 묻어 있었다. 그날, 그녀는 조심스레 재스민 꽃 한 송이를 내게 건넸다. “환영의 의미예요.”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나는 문득 그녀를 떠올릴 때면 그 재스민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낯선 땅에서도 꺾이지 않고,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로즈미. 그녀의 이름은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재스민처럼 은은하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로즈미’ 일지 모른다. 이름은 다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스스로를 일으키고, 오늘이라는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사람들. 그 안에 깃든 향기는,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탕과 사이렌의 여름, 마을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