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방 도시에서 마주한 가족의 풍경》

by 엠마


시누이 집 인근, 조용한 호숫가를 산책하던 중이었다. 물가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오후 햇살 속에서 그 소리는 유난히 따뜻하게 들렸다.


아직 해는 높이 떠 있는데, 이곳은 오후 6시만 넘어도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 도시의 시간은 빠르지 않다. 사람들도, 삶의 리듬도 조용히 느려진다. 그런데 이 느긋한 일상 속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을 혼자 두는 것이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퇴근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하다. 공원을 함께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거나,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자 문화라고 했다. 아이가 몇 살이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중요한 일로 여겨지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자신의 방 문을 닫는 순간, 대화는 점점 줄어든다. 부모가 시간을 내어도, 아이는 학원에 가기 바쁘고, 식사 시간조차 맞추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부모와 자녀가 함께 웃으며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점점 잊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의 풍경은 그런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 가족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진심으로 마주 앉아 웃고, 듣고, 함께 걷는 시간이 얼마나 되시나요?”


호수 위로 비치는 노을을 바라보며, 그 조용한 질문에 마음 한편이 찡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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