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몇 알의 약처럼 나의 삶을 지키며

by 엠마

오늘 아침도, 몇 알의 약으로 시작했다.

하나하나 삼키며, 내 몸을 다독이고 마음을 붙든다.

그 몇 알엔 단순한 화학성분만 들어 있는 게 아니다.

그 속엔 내 미래에 대한 염려, 가족에 대한 책임,

그리고 버텨야만 하는 하루의 무게까지 함께 삼켜진다.

언제부턴가

잠만 푹 자도 몸이 회복되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 시절의 나는 건강을 당연하게 여겼고,

몸이 나를 배신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피로하다.

그래도 오늘도 어김없이,

나에게 주어진 무대를 향해 문을 연다.

내가 맡은 역할을 해내기 위해,

내가 지켜야 할 삶의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삼킨 몇 알의 약처럼,

나도 조용히 내 삶을 삼키며,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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