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시는 커피지만, 오늘은 그 맛이 유난히 깊다.
잔을 감싸고 있는 두 손 사이로 따스함이 스며든다. 그 온기가 나도 모르게 쌓여 있던 피로를 천천히 녹여준다.
잠시 눈을 감는다.
잡지 속에서 본 것 같은, 흰 창틀 사이로 햇살이 들고, 유리병에 엉성하게 꽂힌 들꽃 몇 송이가 살랑이는 풍경이 떠오른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인간은 참 대단한 존재다.
눈을 감기만 해도, 원하는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 넣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처럼, 우리는 언제든 생각과 감정의 붓을 꺼내어 자신의 내면을 채색할 수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이 세상이 무상하다고 했나 보다.
모든 것은 변하고, 마음 또한 그 흐름을 따라간다.
고통이 밀려와도,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바라보면, 그 파도 위에 나를 띄워둘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 역시 명상 속에서 그렇게 버티고, 견디고, 조금씩 성장해 왔다.
피할 수 없었던 순간들,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의 소란들… 그 모든 것들을 자비롭게 바라보는 연습 속에서 나는 살아남았다.
오늘, 커피 한 잔은 그런 알아차림의 시간을 덤처럼 내게 안겨주었다.
그 어떤 가르침보다 조용하고, 그 어떤 위로보다 따뜻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