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못 자국이 말해주는 용서

by 엠마

용서란 무엇일까.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 하나가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다.

어느 부부에게 성격이 난폭한 아들이 있었다.

화가 나면 뭐든지 집어던지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던진 물건에 어머니가 맞아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큰 충격을 받은 아들은 울면서 부모님께 용서를 빌었다.

그때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넌 바뀔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아들이 계속해서 용서를 구하자,

아버지는 창고로 데려갔다.

그리고 말했다.

“화가 날 때마다 이 벽에 못을 하나씩 박아라.”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은 못으로 가득한 벽을 보며 말했다.

“아버지, 더 이상 박을 자리가 없어요.”

그제야 아버지는 말했다.

“이제부터 화날 때마다 박아둔 못을 하나씩 뽑아보아라.”

못을 반쯤 뽑았을 즈음, 아들은 더 이상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지막 못을 뽑은 날, 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벽을 보아라.”

벽에는 여전히 못 자국이 남아 있었다.

소년은 그제야 깨달았다.

상처는 한 번의 사과로 지워지지 않는다.

행동의 흔적은 시간과 마음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상담을 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말한다.

“분명 사과는 받았지만, 진정한 사과는 아니었어요.”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에 남은 못 자국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때로는 시간이, 때로는 반복된 다짐과 행동이

그 못 자국을 조금씩 메운다.

용서란,

상처 준 사람이 원한다고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의 시간과 마음, 그리고 진정성이 함께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못 자국을 만들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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