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심봉사가 눈을 뜬 진짜 이유

by 엠마

고전은 늘 우리에게 작지만 깊은 깨우침을 준다.

얼마 전 강의에서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내가 알고 있던 『심청전』은

딸의 효심에 감동한 신령의 도움으로

심봉사가 기적처럼 눈을 뜨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대답도 단순했다.

“심청이요.”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강의자는 한 구절을 소개해주었다.

원전에서는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주변에 있던 모든 봉사들도 함께 눈을 떴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울림을 느꼈다.

우리는 늘 심봉사 개인의 기적에만 집중해 왔지만,

사실 그 장면은 훨씬 더 큰 의미를 품고 있었다.

자비의 확산.

심청의 깊은 효심이 아버지 하나만을 구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봉사들에게도 빛을 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비의 본질이다.

선한 마음은 결코 혼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퍼지고, 번지고, 다른 이들의 눈도 뜨게 만든다.

나는 문득 되묻게 된다.

혹시 지금의 우리는

심봉사 한 사람의 눈 뜬 이야기만 기억하며

그 자비가 모두에게 퍼졌다는 더 중요한 장면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자비는 개인의 덕목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집단적 각성의 시작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눈을 뜨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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