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늘 우리에게 작지만 깊은 깨우침을 준다.
얼마 전 강의에서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내가 알고 있던 『심청전』은
딸의 효심에 감동한 신령의 도움으로
심봉사가 기적처럼 눈을 뜨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대답도 단순했다.
“심청이요.”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강의자는 한 구절을 소개해주었다.
원전에서는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때,
주변에 있던 모든 봉사들도 함께 눈을 떴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울림을 느꼈다.
우리는 늘 심봉사 개인의 기적에만 집중해 왔지만,
사실 그 장면은 훨씬 더 큰 의미를 품고 있었다.
자비의 확산.
심청의 깊은 효심이 아버지 하나만을 구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봉사들에게도 빛을 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비의 본질이다.
선한 마음은 결코 혼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퍼지고, 번지고, 다른 이들의 눈도 뜨게 만든다.
나는 문득 되묻게 된다.
혹시 지금의 우리는
심봉사 한 사람의 눈 뜬 이야기만 기억하며
그 자비가 모두에게 퍼졌다는 더 중요한 장면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자비는 개인의 덕목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집단적 각성의 시작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눈을 뜨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