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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Nov 09. 2021

엄마 나는 언제 돌아가?

죽음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내 삐약이


부쩍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우리 큰 삐약이다.

대뜸 내게 "엄마 나는 언제 돌아가?" 하며 묻는다.

"응?" 당황하며 대답하니,

"나는 언.제. 돌.아.가.냐.고." 하며 다시 또박또박 천천히 말해준다.

엄마가 잘 못 들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어디서 누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그게 죽음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하는 듯하다.

"엄마 돌아가는 건 어디야?"

벌써 죽음이라는 것에 눈을 뜨고 관심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나는 조금 많이 당혹스러웠다.


뻔한 이야기를 했다.

"음, 하늘나라로 간다는 말인데,

하늘나라 가면 나보다 먼저 돌아가신 분들을 다 만날 수 있어."

"그럼, 검정 덕구(외할아버지 댁에서 키우던 강아지인데, 2년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도 만날 수 있어요? "

나는 옳타구나 하며

"응! 그럼! "

"저번에 내가 다섯 살 때 키우던 물고기도요?"

( 컬러테트라 라는 열대어를 키우다가 죽고 나서 울면서 땅에 묻어줬었다.)

"달팽이도요?"

"장수풍뎅이도요?"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듯했지만

"응! 다 만날 수 있어! "

나도 호기롭게 대답했다.



"오예!"

엥? 우리 아이는 그냥 신났다. 심지어 설레고 있다.

다시는 못 볼 거라고 생각했던 그것들을 만날 수 있다 하니 우리 삐약이 입장에서는 마냥 좋았나 보다.

우리 삐약이 입장에서는 죽음은 이별이 아니었다. 재회였다.

이게 순수함이지 뭐가 순수함이겠냐 하며 혼자 미소 지었다.



엄마 나는 몇 개나 살아? 엄마는 몇 개 살아?

응 진우는 백이십 개 개 살 수 있고, 엄마는 백 개 살 수 있어.

그럼 엄마가 나보다 조금이잖아. 그럼 엄마가 나보다 먼저 돌아가?

하며 조금은 슬픈 표정이다. 그 표정도 잠시,

"아 맞다! 돌아가면 만날 수 있잖아!"

아직 죽음이라는 슬픔에 대해 알지 못하는 내 삐약이는 이렇게 순진하게 해석해 버렸다.


근데 엄마가 먼저 돌아가야 해? 하며 조금은 아쉬운 듯이 묻자.

응, 그게 사실은 제일 좋은 거야.

엄마가 아주 할머니 돼서 돌아가고,

진우도 아주 할아버지 돼서 돌아가고 그게 가장 좋은 거야.


그러다 내가

진우는 처음 가는 곳 조금 무서워하잖아.

그러니깐 엄마가 먼저 가 있다가 진우가 돌아가면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가 진우 손잡고 갈게.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진우 무섭지 않겠다 그렇지?

그렇게 설명을 하는데, 목이 메며 눈물이 왈칵 났다.

뭐냐, 이 상황은! 주책이다 주책!


그 상황이 상상이 되고, 언젠가는 아주 막연히 먼 어느 날에는 내 새끼와 헤어질 거라는 생각을 하니,

벌써 슬퍼왔다. 아이가 눈물을 볼까 싶어 얼른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쳤다.

천진난만하게 우리 삐약이는

응 그럼 엄마가 기다리고 있으면 되겠네. 그럼 나도 안 무섭고, 엄마도 진우 보니깐 좋고!

이런 질문을 받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막 뱉어 내는 거라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고 생각했다.

월요일 시작과 무섭게 금요일, 주말이 성큼이고,

일주일이 금세, 한 달이 금방, 곧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걸 너무나도 느끼고 있는 중이다.

농담 삼아 지인에게 이런 말도 했다.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금방 백 살 되겠다 하며 웃었다.


실제로 그러했다. 연년생 아이들을 키워내며 만 오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나는 그 시간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너무 빠르게 흘러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애석하게 흘러가버리는 시간을 잡을 순 없어도

나만 방식으로 기억하고 기록하리라 마음먹었다.

순수한 우리 아이의 마음을 오랫동안 지키고 싶은 건 엄마의 욕심인가 싶다가도

내 아이가 최선을 다해 세상을 맑은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며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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