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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Nov 12. 2021

엄마들은 원래 또라이야

오늘도 소리를 '꽥' 하고 지른다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괴물 엄마가 되어 있었다.

아, 아침에 우리 조카들 등원까지 책임지니 오늘은 괴물엄마 이자 괴물 이모라는 말이 맞겠다 싶다.

이리 와라 양치하자, 이리 와라 떡은 다 먹었니?

탭 가지고 싸우지 말라 했지?

하는 동안에 네 녀석은 아무도 내 말에 움직임이 없다.

"줘, 줘줘" "으앙` 오빠가" "내 거라고, 하지 마" "야'     

야단법석이다.

나 화났다는 신호탄을 쏜다.


야!

"너네 또 말 안 들어?

아침에는 엄마도 바쁘다고 했지?

도와줘야 한다고,

이게 뭐야 매일 싸우고,

씻으러 오라고 해도 아무도 오지도 않고, 어?! "     

와다다 했더니, 우리 집 아들 둘이는 엄마가 소리를 꽥 지르거나 말거나,

팬도롱 (제주도 방언 : 펜주룽이=펜드렁이<핀두룽이. 시치미 떼고 그대로 있는 꼴, 겁내지 않고 태연한 꼴)하다.


'예예~~ '하며 실실 엄마 눈치를 보는 반면에

우리 조카 여자아이 둘은 잔뜩 주눅 들어서는 내 눈치를 살살 보는 게,

아! 실수했다.     

나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내 기분 살피면서 내 주위를 맴도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아이들을 보는 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은데, 또 실수하고야 말았다.

결국에는 우리 집 막둥이까지 울며 어린이집에 등원하였다.  

        

친한 언니에게,

"언니 나 아무래도 성격 장애인 거 같아. 사람이 변해도 이렇게 변할 수가 없어.

천사에서 악마로 바뀌는 거 한순간 이야. 나 진짜 나쁜 엄마다."

했더니,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엄마는 다 또라이야. 나도 그래, 안 그런 엄마 있냐?"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라는 안도감과 또 직설적으로 또라이라고 해주니,

그것만큼 맞아떨어지는 단어도 없는 것 같았다.     

뭔가 똑소리 난 달까?    

      

또라이가 맞다. 금방까지만 해도 "아고 착하다" 하며 추켜주다가

몇 번의 경고가 쌓이고 쌓여 폭발하게 되면 그건 뭐 또라이지 다른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속 시원한 위로와 공감에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았다.


이렇게 오늘도 반성과 위로로 나를 달래고,     

내일이면 또 성격장애 또라이 엄마로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따스히 다가갈 수 있는 엄마, 이모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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