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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Nov 15. 2021

그래서 엄마가 하늘만 보게 되었대.

내 작은 삐약이의 꿈 이야기

요새는 아이들과 캠핑을 다니는 게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가기 전과 다녀와서의 할 일들이 많이 솔직히 좀 번거롭긴 하지만,

나름 아늑한 우리의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사부작사부작 만들어도 먹고 놀이도 하고, 한 공간에서 함께 자는 그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바람이 숭숭 통하고 춥기까지 한 캠핑을 즐기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하지 마'라는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엄마 땅 파도 돼요?"

"엄마 밑에 바닷가 다녀와도 돼요? "

"엄마 잡은 사마귀 키워도 돼요?"

"엄마 옆에 형아한테 몇 살이냐고 물어보고 놀아도 돼요?"


내 대답은 다 "응!"이다.


"엄마, 떡꼬치 해주세요."

"엄마 계란초밥 먹고 싶어요."

"엄마 짜장라면 먹을게요"


또 내 대답은 "응!"이다.


금지의 표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도 허용적이고 아이들도 제한이 없다.

그런 자유로움이 좋아 우리 신랑과 나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캠핑을 즐기기로 했다.


이번 캠핑에서는 나와 신랑은 아이들이 행여 추울세라 밤새 뒤척였지만

우리 삐약이들은 분명 꿀잠이었다.

아침에 아이들이 깨어나고 나서야 나와 신랑은 조금 더 아침잠을 즐길 수 있었는데

우리 작은 삐약이가 내 품을 파고들더니 와서 꿈 이야기를 해준다.

"엄마 나 진짜 슬프고 무서운 꿈 꿨다?!"

"뭔데?"

"있지, 바람태풍괴물이 있었는데 엄청 세게 불더니 진영이를 데리고 하늘로 가버렸대

 엄마가 진영이를 잡으려고 막 뛰어와서 손을 잡을라고 했는데 못 잡았대

 진영이도 '엄마, 엄마' 했는데 결국에 하늘로 날아갔대

 아빠가 와서 엄마를 꼭 안아줬대 근데도 엄마는 계속 울었대

 그때부터 엄마는 하늘만 바라보게 되었대"


뭐지? 갑자기 이 슬픈 포인트는

어젯밤에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그런 꿈을 꾸었는지,

왜 갑자기 엄마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꿈 이야기를 하는지.

눈물이 찔끔 맺히면서도 잊어버리기 전에 얼른 기록해야지 싶었다.


한 번씩 우리 작은 삐약이는 엄마를 감동시키는 행동을 참 많이 한다.

막내의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작은 삐약이다.

엄마 아빠가 최선을 다해서 캠핑 데리고 다닐 테니까

우리 사이좋게 잘 지내자~

사랑한다 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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