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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Jan 19. 2022

루나를 위한 기도
Rooting for Roona

예쁜 아기 모습에 반해 클릭하게 된 다큐멘터리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의미 없이 리모컨을 조작한다.

아쉬운 주말 밤, 애들도 재웠고, 뭐 하나 봐야지 하며 이리저리 이동하던 중에

미소가 너무 편안하고 예쁜 아기의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지? 반문하며 이 다큐멘터리를 보겠다고 결정했다.



미소가 예쁜 여자가 머리를 빗으며 재잘대는 장면이 나왔다.

'루나'도 머리를 예쁘게 묶으면 좋겠다고, 정말 귀여울 거라고, 지금은 머리에 상처가 더 많이 날까 걱정될 뿐이다.

라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

"사람들이 그 애를 보육원에 보내라고 했어요, 미쳤어요? 절대 그렇게는 안 해요. "

라고 단호히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벽돌을 나르는 일을 하며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왔다.

"우리가 지은 죄 때문에 벌을 받은 거라고 했어요."

"딸이 나을 거라고 믿어요. 딸은 우리랑 지내야 해요. 죽든 살든 간에요. 절대로 우리 애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아무리 힘들어도 우린 딸을 사랑해요."


이 두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부모의 마음이다 확신했다.

이렇게 강한 부모의 사랑을 받는 이 아기는 분명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사진 한 장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수술을 받게 되는

그 과정을 엮은 다큐멘터리였다.





영화 중간에 내 눈을 의심케 하는 한 장의 사진이 나온다. 머리가 아주 비대하게 큰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다. 아이의 병명은, 수두증, 뇌실과 지주막하 공간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으로 축적된 상태를 일컫는다.


하지만 루나는 경제적인 이유로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지체하다 보니 머리가 너무도 비대해져 버린 상황이었다. 부정적으로는 수술 자체가 소용없다고 결론을 지어버린 의사도 있었지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나머지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희망은 있다'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의사도 있었다.



루나는 지원을 받아,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던 병원에서 다섯 차례 수술을 받게 된다.

머리에 찬 물을 빼는 수술만으로도 루나의 머리는 원래 크기에서 반 이상이 줄었다. 마지막 수술 한 번을 남기고 루나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아이를 안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루나 부모님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루나가 곧 또래 애들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보세요! 우리 루나 잘 견뎌냈죠? 라며 자랑스러워하는 미소가 얼굴 한가득이었다.

나 또한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로서, 큰 수술을 다섯 번이나 겪어 낸 루나도 자랑스럽지만, 루나의 부모님의 마음고생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루나의 엄마가 집안의 비질을 하며 루나에게 말한다.

너도 곧 크면 청소도 해야 하고, 음식도 해야 한다고, 너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중에 루나가 귀찮은 듯 칭얼거리자

"아냐, 괜찮아, 그냥 둬 넌 일할 필요 없어, 엄마가 알아서 할, 엄마가 돌봐주고 먹여줄게,

울지 마 가만있어! 떨어질라, 넌 일 걱정은 마, 엄마가 있으니까

엄마가 있는 한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뭐가 걱정되니? 우리 루나가 뭐가 그리 걱정일까?"

하며 루나를 달래는데, 엄마의 마음을 아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살아만 다오, 내 곁에만 있어만 다오, 내 힘닿는 한 끝까지 너를 보살필 테니, 그 어떤 걱정도 하지 말아라.


하는 엄마의 메시지였다.


알고 보니, 엄마가 마지막 수술을 주저했던 것도, 이제 껐은 수술은 잘 견뎠지만 혹시 마지막 수술이 잘못되어 루나가 가족 곁을 떠나게 될까 두려워 자꾸 미뤄왔던 것이었다.



나도 루나의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바라고 있었다.

이미 결론이 난 다큐멘터리지만 이 끝에는 건강하게 미소 지으며 뛰어다니는 루나의 모습을 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곧, 마을 사람들이 루나 집에 삼삼오오 모여드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아니겠지, 아니야 하며 보고 있다 루나 엄마가 "네가 떠나고 집에 텅 비었어'' 라며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이제까지 루나 엄마가 걱정하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미소가 예뻤던 루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알린다.

아빠는 울면, 망자가 상처를 받는다며 눈물 한 방울을 흘리지 않는다.


그걸 속으로 어떻게 참아냈을까, 가슴 미어지는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헤아리려 들자 감히 헤아리지도 못하겠다.

꿈속에서 루나를 종종 본다는 엄마가

루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늘 미소 짓는다며

엄마의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루나를 잊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행복한 결말을 기다렸던 나로서도 충격이었다.

마지막 한 번의 수술이면 더뎌도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했는데,

곧 엄마, 아빠의 사랑을 이해하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거였는데,

왜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떴니, 루나야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다음 생에는 건강하게 태어나, 보통의 삶을 살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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