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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Mar 22. 2022

[영화 메기] 영화인가 실제인가 자연스러움에 녹아들다

제목이 좀 그래서, 이걸 봐 말아하며 찜만 해두고

정작 시작을 못하고 있다가 포스터 한 장에 매료되었다.

이 띠용스러운 포스터가 호기심을 자극 하기에 충분했다.

구교환이라는 배우의 자연스러움을 늘 좋아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 라면 그 자연스러움을 아주 푹 빠져 들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꼽으라면 나는

마지막에 여윤영 (이주영) 이 "여자 때린 적 있어? " 했을 때,

이성원 (구교환)이 "응 있어" 하며 일말의 고민도 이 여자를 속여야겠다는 생각조차 없다는 걸,

그 한 장면으로 표현해 낼 때, 의아해하면서도 이게 진실이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오해하며, 의심하고 그걸 속시원히 해결하지도 못한 채,

혼자 끙끙 거리며 힘들어하고 아파하다

스스로를 괴롭히다 괴롭히다 지쳐 나자빠질 때가 종종 있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이 영화에 푹 빠지게 된 건,

구교환과 이주영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이라면 말 다 했다.

말도 안 되게 황당한 장면에서도 능청스럽기가 연기가 아닌 듯싶었다.

구교환이라는 배우를 처음 만난 건, 영화 반도에서 인상 깊은 '서 대위' 역할이었다.

그때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해 사실 좀 무섭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무서운 분위기에 얇은 목소리가 내게는 섬뜩했다.

반도에서 서 대위 그 자체였다.


그렇게 강렬했던 그가, 오히려 생활 속에 녹아드는 편안한 연기를 하니,

그게 어쩜 그렇게도 자연스러운지, 이게 연기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한 번씩 생뚱맞은 행동으로 인해 영화를 보면서도 "푸학" 하며 소리 내며 웃기도 했으니 말 다 했다.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오해와 의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오해와 의심 안에서 갑자기 난가? 하는 황당한 걱정에 사로 잡히기도 한다.


나는 나의 어린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그땐 그랬다. 학급 내에서 누군가 어떤 물건을 어버리면

우리 모두는 책상 위로 올라가 눈을 감고, 손을 들고 있어야 했다.

눈을 감은 우리 사이를 지나며, 선생님은 우리의 소지품을 검사했다.

그땐 너무 어리기도 했고, 종종 있던 일인지라, 그것이 나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 인지도 모른 채

그저 수동적으로 선생님의 명령을 따르기도 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분명 그 물건을 가져간 사람은 내가 아닐진대,

그저 그 분위기 속에서 심장이 쿵쾅 거려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누가 내 가방 안에 그 물건을 넣었으면 어쩌지?'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그 물건을 챙긴 건 아닌가?'

하며 망상에 사로 잡히기도 했다.

그 와중에 의심이 가는 친구가 있으면

'분명 00 이가 그랬을 거야' 하며 마음속에서 나 스스로도 범인을 찾고 있었다.


아마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나의 어린 시절의 그 안 좋은 기억이 비슷하지 않나 싶었다.

누군가를 의심하고, 오해하고, 굳이 그 얽히고 얽힌 실타래를 풀려는 마음도 없이

그렇게 어정쩡하게 상황을 마무리 하기 일쑤였다.




1. 병원에서 난 안좋은 소문으로 인해 고민하고 걱정 하는 윤영이와 성원이
2. 주영이에게 준 반지를 잃어버리고, 함께 일하는 동생을 오해하고 의심 하는 장면
3. 전 여자 친구를 때렸다는  터무니없던 이야기가 오해가 아닌 사실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장면


영화의 말미에서 그 깊고 진한 오해를 풀어헤쳐 나갈 때의 그 묘함이 있긴 했다.

나는 성원이가 부정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되려 대놓고 물어보니, 속시원히 대답하는 것을,

왜 우리는 습관적으로 돌려 말하고, 상대방의 답을 미리 정해 두고 있었을까 싶기도 했다.


이 독립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꽤 강렬했다.

아니,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솔직한 성원이 한테 놀랬나?

그는 그러지 않을 거야, 누가 그런 걸 쉽게 인정하냐? 하며 나는 나 스스로 정답을 이미 내리고 있었다.


코믹하게 이끌어냈지만, 물론 그래서 좋았지만,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 있던 사회적 현상을

그게 이상한 지도 그런지도 모른 채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 나는 오늘도 어떤 순간, 짧은 찰나에

의심이라는 행위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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