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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Nov 29. 2021

내 새끼, 내 아기

내가 열 달 품었던 내 아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잠을 자다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


어둑어둑한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갔다. 어두울 때 불편하지 말라고 센서등을 달았더니, 순간 켜지는 주방 등에 괜스레 나만 눈살을 찌푸렸다.

물 한 잔을 따라 벌컥벌컥 마시고 자리에 누우려니, 지금 이 어두운 새벽 시간이 오롯이 내 시간인 듯한 기분에 바로 잠들지 못했다. 아이가 깨어 부스럭거린다.


얼른 아이에게로 몸을 돌렸다.

잠결에도 엄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품 속 깊이 파고든다. 그 느낌이 좋아 한참을 꼭 껴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벌써 여섯 살이다. 다 큰 형아 같다.



분방을 하려다 무참히 실패했다.

멋진 2층 침대까지 들였는데 그저 놀이터일 뿐이고, 며칠 재워보니 밤에 잠에서 깨면 계속해서 안방으로 넘어오고 넘어오다 더운 여름 에어컨이 없다는 핑계로 다시 아이들을 안방으로 데려왔다.


늘 생각했다. 얘들이 조금만 더 크면 같이 자자 졸라도 자기 공간으로 갈 터인데, 굳이 아이들을 밀어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맞다, 나는 내 새끼가 너무 좋은 고슴도치 엄마일 뿐이다.


잠들기 전, 내 귓가에 ‘엄마 사랑해요’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너무 좋아 그걸 포기하지 못하는 거다.

잠들기 전, ‘아! 참!’ 잊은 게 있는 듯이 쪽 하고 뽀뽀해 주는 그 찰나가 너무 좋아 그냥 포기해버렸다.

이런들, 저런들 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내가 무지하 그리워 하게 될 순간 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존재로 내 아이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그럼 엄마로 자리하고 싶다.





가끔씩 내 아이가 내 품 속에서 열 달을 머물다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내가 낼 수 있는 온 힘을 다해 내 새끼를 내 품 밖으로 밀어내던 그때의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선생님들이 뛰어다니시던 분주하던 분만실,

나는 속옷도 없이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고, 내 위로 내리쬐던 따뜻하고도 강한 조명,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던 통증, 뭘 해야 할지도 모르면서 그저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 거리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 무서운 고통을 나 홀로 끌어안아야 했다.


그래야만 비로소 내 품에 있던 내 새끼를 볼 수 있다.


내 새끼를 보겠다는 생각만으로 나는 부들거리며 온몸에 힘을 주었고, 그렇게 수십 분이 흐른 후에야 나는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뜨거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새끼다.



그때의 나는 그저 엄마였다. 남자 선생님 앞에서 내 음부를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오로지 이 아이가 괜찮은지 누워서 시선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내 새끼를 선생님들이 먼저 안았다. 얼이 나가 있는데, 아기 손가락 발가락을 확인해 주시고, 아이를 닦으며 울게 했다.


아이의 몸무게를 재고 피로 얼룩진 아주 작은 모자를 하나 씌워주시곤, 아이를 내 품에 안겨주셨다.

나의 첫마디는 진이 빠진 채로 울먹이며 ‘아기 추우면 어떡해요?’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우아하고 아름답게 아이에게 첫인사를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장면을 꿈꿨는데,

나는 단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이 세상에 나온 아기가 걱정되었을 뿐이었다.


이것이 나와 내 새끼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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