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등원 풍경
우리 집 삐약이와 내가 제일 사랑하는 조카와 함께 유치원 등원을 하고 있었다.
이제 신발장에 서서 "오늘도 재미있게 잘 놀다 와~ 파이팅!" 하며 인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조카가 "앗! 노랑 가방이다!" 하며 반기더라.
(유치원은 반 별로 가방 색깔이 달라 같은 반 친구를 바로 알아볼 수 있다)
항상 유치원 등원 길에는 노란 가방을 찾느라 난리다
입장하면 다 만날 친구들인데도 밖에서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가 보다.
친히 이름을 다 불러가며 꼭 인사를 한다.
상대 친구도 뭐 그렇게 반가운지 우리 조카 이름을 부르며 방방 뛰고 난리다.
가끔은 이렇게 막 알은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때 묻지 않은 게 이런 거구나 하며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나도 모르게 그 귀여운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가만히 지켜보기도 한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며,
가끔은 봐도 못 본척할 때가 있고, 또 가끔은 상대방의 과한 알은체가 불편할 때도 있지 않았나 싶었다.
우리 아이들은 달랐다. 갓 주말이 지났을 뿐인데도 너무너무 반가워한다.
"이모! 이모! 얘는 주원이에요." 하며 신발장 구석에 서 있는 친구를 손을 잡아 함께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잔뜩 풀이 죽은 채, 신발을 벗지도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뭔가 슬퍼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누가 봐도 눈물이 흐르는 걸 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모, 주원이는 이제 울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그렇지?" 하며 "가자, 가자" 손을 잡으려 했다.
그 아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우리 조카의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아마도 아직까지 유치원 생활이 낯설어 눈물이 자꾸 나는 아이였나 보다.
그런 친구를 챙겨서 함께 교실로 가려고 하는 우리 조카도 너무 대견스럽고,
"울지 않기로 했지? 그렇지? " 하며 물어보는 조카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끝까지 눈물을 참아내는 아이도
대견스러웠다.
분명 근처 어디에서 엄마가 지켜보고 계실 텐데 하는 마음에 두리번거렸다.
그 사이에 해맑은 우리 조카는 교실로 들어갔다. 나는 발이 떼어지지 않아 잠시 서 있었다.
괜히 한마디 거들었다가 꾹 참고 있는 저 작은 아이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만 같아 그저 지켜보고, 기다려주었다.
신발장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작은 얼굴을 가득 덮은 마스크를 내리더니, 숨이 찬 지 크게 호흡을 하고 나서,
저도 모르게 흘러버린 눈물을 몇 번이고 닦아냈다.
닦아도 닦아도 계속해서 흐르는 게 답답한지 아예 손바닥으로 세수하듯이 닦아 내는데
작은 아이가 그걸 참아내는 게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냥 시원히 울어버렸으면 차라리 나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괜히 옆에서 "우와 정말 씩씩하다!" 하며 응원을 건넸다.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선생님께서 얼른 뛰어나와 아이를 안고 달래주시기에 걸음을 옮겼다.
주책바가지다.
왜 내가 눈물이 흐르고 있냐.
엄마와 친구들과 선생님과 울지 않기로 약속은 했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은데 눈치 없는 눈물을 자꾸 흘러버리니 얼마나 답답할까 싶었다.
그 작은 아이에게서 오늘은 짧은 인생 중에 분명 힘든 날이었을 거다.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하는 날이었으니,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고 있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잘했다.
아이의 눈물은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았다.
결국 약속을 지켜낸 거다.
아이가 그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도 기특했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게 각자의 무게만큼 이겨내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고,
또 노력하고 애쓰고 있다는 걸
인생의 길고 짧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걸,
아이를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