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하루 한마디도 않고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손가락으로 클릭 몇 번 이면
얼마냐 물을 필요도 없이 메뉴는 어떤 게 있냐 물을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음식 주문을 할 수 있다.
굳이 마음만 먹으면 말 한마디 않고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데,
편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각박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이 영화는 지금 우리 시대의 현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 주인공이 나온다.
인간관계도 필요 이상으로 쓰이는 감정도 주인공의 선에서 적절하게 잘라낸다.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지금 나는 그러지 못하는데,
의미 없다 생각하는 인간관계도 어떻게든 이어보러 노력하고,
불필요한 감정에 더해 필요 이상의 감정까지 굳이 굳이 끌고 와 내 곁에서 소모되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주인공의 집이 영화 중간에 몇 번 나온다.
처음에는 원룸인가 싶었다.
방 하나에 침대, 티브이, 옷장, 작은 냉장고, 전자레인지까지 다 구비되어 있었다.
가만 보니, 거실에 방까지 달려 있는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였다.
주인공의 마음을 현실 상황에서도 그렇게 반영하는 것이리라
불필요한 감정이 필요 없듯이 불필요한 공간조차 필요가 없는 주인공이다.
그저 방 한 칸이면 사는데 지장 없다.
주인공은 딱 그만큼만 살아가고 있었다.
마음도 공간도
그런 주인공에게 옆집 남자의 갑작스러운 고독사가 계기라면 계기겠다.
먼저 마음을 알고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이려는 시도도,
그런 게 결국에 자신을 위한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를 잃은 슬픔과 그간 지쳐 있던 본인을 돌보는 시간이었다.
주인공은 아무런 계획 없이
일단 휴직계를 낸다.
이직할 거냐는 상사의 질문에도 '모르겠어요'로 일관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쉼을 선택한 주인공에게 나는 작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