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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Jan 25. 2022

KBS 태종 이방원의 까미

까미는 무얼 잘못한 걸까

오랜만에 괜찮은 정통 사극의 드라마가 나왔다고 해서,

사실 기대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사극 드라마는 제대로 된 내용을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역사에 대한 이해도가 빨라지니

잘 모르고 있던 역사에 대해서 한층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

무척 반갑고 설레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빠르게 올라오는 기사들을 접하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낙마 신을 찍는다고 멀쩡한 말을 와이어를 걸어 넘어 자빠뜨리는데,

'으악' 하며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그저 열심히 달리던 찰나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줄에 걸렸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 순간의 고통이 얼마나 아플지, 힘들지 상상할 수도 없겠더라

푸드덕 거리며 앞발을 땅에 긁는데, 나도 모르게, '어쩌나' 하고 있었다.


아무도 까미 곁으로 가, 돌보지 않는 영상에 더 화가 났다.

아예 죽이려고 작정을 했나 싶을 정도였다.

너는 말이니 까짓 거, 드라마 찍다 어찌 돼도 뭐 어째 라고 느껴졌다.

지금 이 시대에 이렇게 무식하게 연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나 싶었다.


무식했다. 적어도 내 눈에는

낙마 신을 찍겠다고 줄을 걸어 넘어뜨리고,

그 넘어진 까미를 아무도 챙기지 않는 그 상황이 무식했다.


퇴역한 경주마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는 '미안해'라는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한평생 인간의 오락거리로 뛰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주마는 썩 필요 없으니,  

촬영용 소품으로나 쓰다 생을 마감해라. 하는 식이었음을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나는 고대했던 KBS 태종 이방원을 시청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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