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55

by ZAMBY



화장장은 새로울 것이 없었다.


큰 장례식장과 다르지 않았고

커다란 기계와도 같았다.

관이 들어가고 몇시간이 지나면,

붉은 등이 들어오며 번호가 호명되었다.


그렇게 엄마는 뜨거운 불구덩이를 지나 가루가 되었다.

남은 것은 엄마의 몸 안에 자리 잡았던 제법 크고 무거운 인공 뼈였다.

사람이 죽고 남은 것이 가루와 쇳덩어리라니.

간소하고 가벼운 결말이다.


우리는 슬퍼하면서도 해야할 일들을 해나갔다.

뼛가루를 담을 도자기의 디자인을 골랐고

그것을 넣어둘 납골당의 볕이 잘 드는 안치함을 계약했다.

학교의 사물함 보다 작은 방마다

각자의 사연을 담은 유골함들이 들어앉아 있다.


1979년에 태어나 2010년에 사망한 젊은 남자의 방은

가족사진와 제자들의 편지로 가득하다.

1935년에 태어나 1975년에 사망한 남자의 옆에는

1940년에 태어나 2007년에 사망한 여자의 유골함이 함께 하고 있다.


엄마를 안치하고 납골당 안에 수많은 죽음을 차근차근 살핀다.

혹여 나보다 더 슬픈 유족들이 있을까.


은정이 옆에서 거든다.

“야. 넘 젊어서 간 거 아냐? 며칠 전이네...저 여자는 어쩌니...”

“근데 저 할머니는 그럼 30년을 혼자 살다 또 저 옆에 앉은 거야? 어머 대단하다.”

“우리 엄마는 어디로 가야하는 거지? 아빠한테 절반, 아버지한테 절반 가야하나?”

슬픔도 그녀 앞에서는 현실이 되고 또 당연한 삶이 된다.


은정의 고민이 새삼스럽지 않다.

산자는 다시 산자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

사랑이 떠나고 다른 사랑을 하는 것을 잘못이라 하기에 우리는 약하고, 그래서 외롭다.


“너 아까 그 전화 뭐야. 걔야?”

“응?”

“걔지? 미친 거 아니야? 이제 와서 전화는 왜 한 거야?”

“응...그냥 안부 전화.”

“너 지금 정신이 없어서 받은 거지? 그래서 뭐라고 했어?

“엄마 장례식 중이라고 했어.”

“참나. 웃겨 죽겠다.”

은정의 어이없는 웃음을 따라 나도 희미하게 웃는다.


“은정아. 나 이제 조금 알 것도 같아. 너가 왜 그렇게 바에 열심히 갔었는지.”

“뭐? 야 그건 흑역사야. 그걸 뭘 이해하고 말고야.”

“뭔가 강력한 게 필요해. 한 놈을 잊으려면. 남자로 잊거나, 아니면 나처럼 엄마가 죽거나.”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은정이 눈을 흘기고는 다그치듯 묻는다.

“만나재?”

“응..”

“미친..”

“나도 한번 보고 싶어.”

“정말. 미쳤어...”

은정은 잠시 말을 멈추고 먼 산을 본다.

그리고 조금 누그러든 목소리로 당부한다.

“하긴, 확실하게 해야 너도 이제 살지. 바보처럼 끌려가지 말고 잘해.

엄마가 보고 계신다.”

“엄마가 보고 있을까? 보고 있으면 좋겠다.”


여름이 지나간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여름이 지나는 소리를 듣는다.

대나무 숲이 바람에 떠밀려 노래를 부른다.

흐느끼듯 몸을 부비며 만드는 노래 소리.


엄마 여기로 오길 잘했어.

나는 이 소리가 좋아.


엄마도 좋아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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