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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메일함에 도착한 이메일의 제목이 눈에 밟혔다.
너는 낮잠을 자고 있었고
나는 네 노트북으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들을 보고 있었다.
-잘 지내?-
열어보면 네가 알게 될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내 불안을
그 메일을 절도하는 것으로 달래기로 했다.
From: sjk0001@…
Subject: 잘 지내?
잘 지내?
그냥... 궁금해서 연락해.
그렇게 가버리고 나서 나는 모든 게 엉망이야.
나는 네 말대로 잘 안돼.
모든 게 다 너와 함께 한 것들이라 견디기가 힘들어.
너는 어쩜 그러니.
나는 정말 엉망이야...
아득하다.
여자가 보낸 메일이 내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섞는다.
그렇게 가 버렸다는 건 언제지.
이곳은 어디일까.
왜 여자는 엉망이 된 걸까.
심장 소리가 머릿속을 뒤흔든다.
너를 흔들어 깨우고 싶다.
이 여자가 이렇게 되어 버린 이유가 뭔지.
추궁하고 싶다.
이혼 후 떠난 호주일까.
너는 호주에서의 시간을 이야기한 적이 별로 없다.
공부를 했다는 것 말곤.
“나중에 여기 함께 가자”
우리가 다시 만난 그 여름.
너는 네가 호주에서 보낸
내용 없는 편지를 보관하고 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편지 봉투 안에 들어있던
울루루의 노을을 함께 보았다.
너는 붉게 물든 거대한 바위를 엄지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그때 그곳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해,
나는 그저 네가 이혼의 상처로 인해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나 보다. 했다.
메일함을 닫는다.
너는 내가 메일을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
그렇다면 나에게 설명을 할지도 모른다.
호주에서의 너는
나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배신감을 느끼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이런 형태의 기분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잠든 네 곁으로 다가간다.
너의 과거들이 지금의 너를 있게 했을 텐데.
나는 그럼 차곡차곡 쌓인 네 옛 연인들의 자취를 모두 끌어안으며
너를 사랑해야 할까.
“여기 갔을 때 네 생각이 많이 났었어. 넌 노을을 좋아하니까.
여기서 보는 노을은 네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노을 하고는 많이 다를 거야.
저 때 생각했어. 너를 다시 만나야겠다고.”
그날부터 나는
내가 특별한 여자라고 믿었다.
네 책상 앞, 벽에 붙은 울루루의 노을을 본다.
엉망이 된 여자도 그랬을까.
저 여자도 나 같았을까.
거대한 붉은 바위 위로 내려앉은
타는듯한 노을을 본다.
저곳에서 너는 누구를 그리워했나.
너의 말이 아닌 너의 진심을 알고 싶다.
잠든 너는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