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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왔나요. 당신.
잠든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당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려 선생님에게 뺨을 맞고
눈물이 글썽 맺힌 아이를 봅니다.
흙 묻은 바지에 붉고 거친 뺨의 아홉 살 소년을
꼬옥 안아주고 싶습니다.
괜찮다고. 나중에 자라서 만나자.
내가 다 위로해 주겠노라.
작은 어깨를 조심스레 토닥여 주고 싶어요.
바다에서 갈 길을 잃은 아버지를 하늘로 보내던
짧은 머리의 소년을 마주합니다.
곁에 어머니를 감싸며 의젓한 표정을 짓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우리 나중에 꼭 만나.
어른처럼 굴지 않아도 돼. 울어도 돼.
당신의 짧은 머리카락을 한번 쓰다듬어주고 싶어요.
연인과 헤어져 홀로 누워있는 당신을 내려 봅니다.
머리에 열이 나고 온몸이 욱신거려
꿈과 현실을 헤매는
당신 곁에 조용히 누워봅니다.
당신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말해주고 싶어요
나중에 만나자.
그러니 너무 아파하지 말아.
뜨거운 손에 살포시 내 손을 얹어 보고 싶어요.
당신.
사랑하는 당신.
당신의 전부를 사랑하고 싶어요
당신이 나를 모르는 순간에도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요.
당신의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모두 사랑하고 싶어요.
이토록 깊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이 지독한 불안도 나의 숙명인가요.
그 말 없는 아픔이 어렵습니다.
당신의 30년이 나를 짓누르고
그 사연을 따라가고 싶은 조바심이
나를 허둥대게 합니다.
나는 바스라질 듯 불안하여
끝없이 괜찮다 쓰다듬는 손길이 필요한 여자입니다.
환희로 가득한 순간에도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힘껏 끌어안지 못하는 병든 여자입니다.
당신의 침묵이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합니다.
마음을 가둔 채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내 안에 솟아오르는 거대한 산을 다스릴 방법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 산은 뜨겁고 날카로워 나무도. 풀도 자라지 못합니다.
그저 푸석한 모래알들만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립니다.
나는 그마저 떠날까 아쉬운 마음에
뜨거운 모래더미를 끌어안느라 분주합니다.
보여줄 수 없는 메마른 산을 가리우느라
오늘도 당신의 곁에서 밤을 지세웁니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그저 당신을 그만 사랑하고 싶어요.
이것이 사랑이라면
당신은 아마도 나를 떠나고 싶을 거예요.
내가 침묵하는 이유는 그러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