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는 한국사람입니다.
외국에서 살아본 적 없고, 외국계 회사에서 일해보지도 못한.
토종 한국인이지요.
생전 처음 나고 자란 곳이 아닌
다른 나라에 와서 생활하면서
실수도 많고 그만큼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자주 합니다.
그래도 세상에 허투루하는 고생은 없는 거 같아요.
피가되고 살이된다는 어른들 말씀이 이제 다 내 마음 같은 걸 보면
저도 이제 늙었나 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좀 투덜이였던거같아요.
항상 부족한 것, 힘든 것, 어려운 것만 보며
더 나아지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온거 같아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기냥 달렸던 저.
그래서 미국에서 만큼은 내 노트에 삶의 아름다움.
여지껏 누려왔던 것들에 대한 감사.
나를 둘러싼 사람과 환경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수난 일기를 한편 한편 작성하면서
이런건 수난이라 하면 안되는 구나. 를 깨닫고 있어요.
어느 논문에서 본적이 있어요.
이민 혹은 이주자들의 70%가 우울증상을 경험한다고요.
익숙한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낯선 환경에 뛰어든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어느정도의 우울감을 느낀다고해요.
그건 저처럼 이국땅에서 일 수도 있고
처음 부모님 곁을 떠난 자취방일 수도 있고
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 안에서 일 수도 있지요.
제가 젊은 시절에 겪은 이질감과 소외감 같은 것.
아. 나는 절대로 같아 질 수 없겠다. 싶었던 좌절감.
외롭고 쓸쓸한 감정.
불안에 심장이 터질 거 같았던 밤.
뭐. 그런 기억들이 낯선 말과 문화 속에서
조금씩 기억났어요.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내가 다 지나왔구나.
이러쿵 저러쿵 징징대고 투덜대고 또 부딪히면서도
내가 여기에 있구나.
그리고 내가 꽤 괜찮은 것들을 누리고 살아왔구나.
그것은
평생 일천해 보이던 제 능력치이기도하고
때로는 서운했던 제 가족이기도 하고
불평만 늘어놓던 내 이웃과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수난기라니,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두려워 매번 소심하게 글을 저장만 해두기도 했어요.
그리고 브런치 글을 쓰다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생 뭐 있나.
낯선데 가면 다 힘들지.
그 안에서 내 방식대로 살면 되는거다.
이제 나이도 있는데.
에라.
내맘대로 살자.
그냥 심심하고 기운 빠질 때,
남의 나라에서 헤매는 토종 아줌마 이야기 읽으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쉽고 편하게 슥 읽는 저의 미국 수난기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한번씩 찡- 하면 바랄게 없고요.
이만.